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표지부터가 반전이다.

추리소설 치고 표지가 아름답다 못해 고혹적이기까지하다. 

제목은 더하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책을 읽기 전 표지를 보고, 제목을 보고 나름 추리를 했다. 표지에 나오는 여성을 어떤 남자가

사랑했고, 이 여자는 살해당한다. 그러자 그 여자를 사랑한 남자는 범인을 잡고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이 여자의 과거를 알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그립다...뭐 이정도로...

정말 반전이 강한 추리 소설이다. 



 경비일을 하고 있는 나루세는 자유분방한 사람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 20세때는 탐정 일을 하면서 야쿠자 내의 살인사건도 해결한 전적이 있었다. 이러한 경력으로 나루세는 아이코의 할아버지(^^) 죽음을 조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있을 법한 노인상대 사기사건으로, 보험사기와 살인 등 무지막지하게 노인을 학대하는 회사를 조사한다. 그러던 중 지하철 역에서 자살을 하려는 사쿠라를 구하게 되고, 사쿠라에 대한 애정이 점점 깊어지게 된다. 


추리 소설은 줄거리를 쓰는 것도 쉽지가 않다. 자칫 스포일러가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줄거리는 이정도로만~


500쪽 분량의 장편소설인 이 책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중간중간 단편처럼 이어지는 나루세의 과거 이야기는 독자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저 나루세가 경비일을 하면서 BMW를 몰고 다니고 비싼 헬스장에서 헬쓰를 하지만, 집은 초라하기 그지 없는 곳에서 사는 것을 보면 허세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조차 내 편견임을 잘 깨달아야 끝에 가서 펼쳐지는 반전에 좀 넉넉한 마음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시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본이 하는건 우리나라도 다 하는 것 같다. 노인문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이 얼마남지 않은 우리나라도 노인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되었다. 박근혜가 노령기초연금에 대해서 공약으로 강하게 내세운 것도 노인의 표가 젊은 사람들 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각설하고...


이 소설에 나오는 회사는 노인의 약간 마음을 이용해서 가짜 물건을 아주 비싸게 팔고, 돈이 없으면 고리대금을 빌려주고, 그것도 안되면 보험사기까지 치는 아주 악날한 회사이다. 게다가 노인을 잉여인간으로 보기 때문에 사기를 치고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곧 죽을 노인인데 뭘...' 하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러한 잔인한 시선이 우리 사회에도 있다. 아이가 죽으면 '앞 날이 창창한데 어찌하누...' 하지만 노인이 자살하면 '살만큼 살 양반인데 ...' 하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가지는 것이다. 그들도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존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 사회의 문제이지 않을까?


생산이 있으면 사람의 구실을 하는 것이고, 생산이 없으면 잉여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시선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있는 소설이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노인도 사랑을 한다는 말을 하고 나니 생각나는 또 한 권의 소설이 있다. 그것은 박범신 작가의 '은교'이다. 70대 노인과 10대 여학생의 사랑...영화로 볼 때는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 사랑이 가능 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70대 노인은 아마 색밝힘증 환자처럼 치부될 것이다. 왜냐하면 70대 노인에게 있어 사랑은 우리사회에서 허락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10대~30대의 전유물이라는 편견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도 은교를 읽으면서 이적요(노인)와 은교의 사랑에 괴리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왜 이런 괴리감을 느끼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트위터로 박범신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 왜 현실에서는 이런 사랑에 괴리감이 느껴지는 걸까요?


- 이적요(노인)를 노인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박범심 작가님의 답변에 나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노인은 사랑도 없고, 기쁨도 없으며 그저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사랑을 내 속에서는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이 서평에서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은 바로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이 내 속에 있는 노인에 대한 나의 편견이기 때문이다. 나의 편견을 뒤집어 준 이 소설에 진한 감사를 느끼는 것은 비단 나 뿐이 아닐 것이다.


30대중반으로 들어선 나도 역시 마음은 10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늙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추리 소설을 시간 떼우기 좋은 책이라고 하였는가....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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