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미첼 - 삶을 노래하다 현대 예술의 거장
데이비드 야프 지음, 이경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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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근처에 있는 그림책 전문 서점에 들렀다가 한무더기의 레코드와 CD를 보았다. 판매용은 아니고 가게 주인 소장품인 듯 했는데 다른 뮤지션의 음반은 한장도 없고 조니 미첼의 음반만 20장이 넘게 꽃혀있었다.

팝음악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조니 미첼, 하지만 하드한 록 취향인 나에게 조니 미첼은 밥 딜런, 도노반, 존 바에즈 처럼 굳이 찾아서 듣지는 않는 뮤지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렇게 한 뮤지션의 앨범을 수십장씩 수집하는 사람을 보고 나면 나 역시 어떤 뮤지션에게 꽃혔을 때 똑같은 행위를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조니 미첼이란 이름에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고 유명한 음반 중 하나인 Hejira를 구입해서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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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h side now 같은 곡으로 어렴풋이 예상했던 음악과 같은 듯 하면서도 달랐다. 서정적이면서도 확신에 찬 음성 뒤로 들려오는 하모닉스 얹힌 몽롱한 프렛리스베이스는... 자코 파스토리우스였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거대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바로 그 천재 베이시스트의 보필을 받은 그녀의 음악은 아름다우면서도 아름다움에만 그치지 않는 날카로움과 신선함이 있었다. 이 뮤지션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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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몇몇 앨범을 더 구입해 듣기 시작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어쩔 수 없는 정체성 - 목소리 - 를 제외하고는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앨범마다 다른 뉘앙스를 창조해낸다는 것이었다. 영어가 짧아 가사에 실린 심오함이나 아름다움을 캣취할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 귀에 들어오는 음악만으로도 그녀의 음악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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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전은 그녀의 전 생애를 훑고 있지만 무엇보다 '음악가' 조니 미첼이 명반들을 창조해가는 과정을 생생히 그려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조니 미첼이란 사람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듯 하다. 원래 그녀의 팬이었고 음반 목록을 줄줄 꿰고 있다면 그대로 읽어나가면 될 것이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나가다가 '음반 제작' 과정이 나오면 조금 막히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음반이 없다면 유튜브라도 들어가 일단 그 챕터에 언급된 음악을 찬찬히 들어본 후 다시 진도를 나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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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께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식으로 음악까지 섭렵해가며 읽다보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뮤지션이 조니 미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굳이 권하지 않아도 책을 읽다 보면, 그리고 음악을 듣다 보면 당신이 먼저 조니 미첼에게 빠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음악을 더 깊게 듣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뮤지션의 생애를 훑으며 어떻게 이런 음악이 나오게 되었을까 상상하면서 듣는 것이다. 조니 미첼의 거대한 음악세계에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을유문화사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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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미첼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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