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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로서의 몸 몸의 공동체
김종갑 지음 / 건국대학교출판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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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교수의 글은 추상적 원론에 치우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몸과 마음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는 내용을 추가로 삽입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책의 논지는 구체적이고 사실에 입각해 있다. 문헌학적 고증 역시 무난하다. 영문학자 답게 자신의 견해 그리고 인용한 견해를 명확히 지적한다는 점에서 무척 진솔하고 놀라운 책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사람들은 영혼이 인간과 인간을 연결시키는 교두보라고 믿고 있는데, 김교수는 몸을 하나의 타자로 규정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역학관계를 구명하고 있다. 몸이 타자로 인지된다는 것은 몸이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는데, 이는 과연 타당한가? 저자의 논지를 접할 때 우리는 돌바크 그리고 라메트리 등과 같은 프랑스 유물론자들의 입장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영혼을 이어주는 사랑과 우정의 감정은 몸의 기능을 고려할 때 관념적 차원에서의 정서일까?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아무래도 제 4장 "정신분열적 몸"일 것이다. 조현병을 야기하는 정신 분열의 현상은 심리학에서 여전히 감정의 페스트로 알려진 증상인데, 저자는 "주체와 타자, 마음과 몸, 본질과 비본질, 진짜 세계와 가짜세계, 우군과 적군"으로 이분화된 세계에서 살아가는 주체로 전자를 지키기 위해서 후자를 포기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규정은 그 자체 타당하다.

 

 

물론 리비도가 타자로 향하지 않고, 나르시시즘의 자아에 국한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다. 물론 저지는 부모의 갈등이 조현병을 부추기는 작은 요인이라고 부언설명한다. 그러나 조현병의 발병 요인으로서 오로지 타자로 향하는 리비도의 차단에만 커다란 비중을 두는 것은 과연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사실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제 4장의 내용에 대한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저자가 약물 치료라든가, 신체 속에서 자연스러운 기의 흐름을 차단시키는 블록을 제거하는 치료 방법에 관해서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신에 저자는 메를로 퐁티의 몸과 타자 사이의 이질성 문제에 관여하여, 몸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힌다. 몸의 해방은 일부일처제 그리고 사랑의 삶에 있어서의 책임의 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가능한 것일까? 이는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엄청난 폭발력으로서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난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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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성서의 이해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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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편견 없이 기독교 사상 및 서양 문화의 뿌리를 천착한 도올의 작업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고대 기독교 형성과 전파 그리고 주위의 사상적 배경에 관하여 이렇게 세밀하고도 명징하게 서술한 책은 드물다. 문장도 훌륭하다. 평소에 나는 도올이 동양의 학문만을 섭렵한 학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도올의 폭넓은 시각, 공평무사한 판단, 논리 정연한 사고 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 작품 "절차탁마 대기만성" 그리고 "여자란 무엇인가"에서 나타난 학문적 치기와 허장성세는 사라지고, 모든 사항은 체계적으로 그리고 편안한 톤으로 서술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책에는 약점이 있는 법 - 다만 두 가지 아쉬운 사항을 지적할까 한다. 그 하나는 도올의 참고문헌들은 모조리 일어판 내지 영어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의 전통 학문을 추구하려면 라틴어와 그리스어는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해명 및 이중 삼중으로 이어지는 학문적 고증이 생략되어 있다. 많은 견해들이 마치 도올 김용욕의 독창적인 것으로 착각되기 쉽다. 재인용을 분명히 밝혀주지 않으면 표절의 혐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올이 기독교를 너무나 학문적 체제로 해명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본질은 본질적으로 정치권력, 다시 말해서 현재 상태 Status quo를 전제로 밝혀질 수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로마의 권력과의 상관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묵시론적 입장은 처음부터 체제파괴적이며, 우리의 시각은 이러한 정치적 상관관계를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올 김용옥은 예수와 바울 그리고 이후의 사상가들과 명확한 구분을 설정하지 않고, 죽임과 살림으로 이루어진 고해의 현실에 대해 거의 둔감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도올의 신학적 입장은 현학적 현실도피주의 내지 체제옹호적 사고라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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