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을 겪기 전에는 좌뇌의 세포들이 우뇌의 세포들을 지배했다. 왼쪽 뇌의 판단 내리고 분석하는 성격이 내 개성을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출혈이 일어나 좌뇌의 언어 중추 세포들이 망가지자 더 이상 오른쪽 뇌의 세포들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두 성격이 두개골에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뇌의 양쪽은 그저 신경 차원에서 서로 다르게 지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받아들이는 정보 유형에 두는 가치도 확연히 달라서 완전히 다른 성격을드러냈다. 나는 뇌졸중 경험을 통해 우뇌 의식의 핵심에는 마음의 깊은 평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평화와 사랑, 기쁨, 공감을 표현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
내가 다중 인격 장애라는 말은 아니다. 상황은 내가 관찰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오른쪽 뇌의 성격과 왼쪽 뇌의 성격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분명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를 하나의의식을 가진 단일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지도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더라도 부모나 다른 가까운 사람에게서 이런 두 성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러분이 어느쪽 뇌에서 자신의 성격을 찾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겨,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우리의 두개골 안에 무엇이 들어앉아 있는지 알게 되면 뇌의 균형을 바로잡아 원하는 삶에 가까이 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상극인 두 성격이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것을 경험한다. 실제로 내가 이야기를 나눠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자신의 성격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머리(좌뇌)가 뭔가를 하라고 말하는데 마음(우뇌)은 반대의 일을시키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생각하는 것(좌뇌)과 느끼는 것(우뇌)을구별하려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우리의 이성(좌뇌)과 몸의 본능(우뇌)을말하기도 하고, 소자아의 마음(좌뇌)과 대자아의 마음(우뇌)니, 사소한 자아(좌뇌)와 진정한 내적 자아(우뇌)를 대립시키는 사람도 있다. 노동하는 마음(좌뇌)과 쉬고 싶은 마음(우뇌), 연구자의 마음(좌뇌)과 외교관의 마음(우뇌)을 대비시키는 사람, 남성적 마음(좌뇌)과 여성적 마음(우뇌)니, 양의 의식(좌외)과 음의 의식(우뇌)을 대비시키는 사람도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의 추종자라면 감각하는 마음(좌뇌)과 직관하는 마음(우뇌), 판단하는 마음(좌뇌)과 지각하는 마음(우뇌)이라고 했을 것이다. 경험에 따라 두 구조물을 어떤 언어로 표현하든, 이는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양쪽 뇌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회복 과정에서 나는 양측 반구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내 생각을 좌우하는 성격을 내가 직접 선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는 중요한 문제였다. 내 우뇌 성격의 밑바탕에는 깊은 마음의 평화와 공감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뇌의이런 성격을 담당하는 회로를 가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우리가 세상을 향해 보내는 평화와 공감의 메시지도 많아지고, 그만큼
세상에 더 많은 평화와 공감이 쌓이게 된다. 결국 어느 뇌가 어떤 유형의 정보를 처리하는지 분명히 알게 되면 우리가 개인으로서, 나아가 인류의 일원으로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더 많은 선택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신경해부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좌뇌의 언어 중추와 정위연합 영역이 기능을 멈추었을 때 내 우뇌는 깊은 마음의 평화 상태에 들어섰다. 앤드루 뉴버그와 유진 다퀼리 박사가 몇 년 전에 수행한 뇌 연구를 통해 당시 나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단일광자방출단층검사SPECT 기술을 사용하여 종교적 혹은 영적 경험의 밑바탕에 있는 신경해부 구조를 확인했다. 우리가 개인의 존재에서 벗어나 우주(신, 열반, 극도의 행복감)와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뇌의 어느 부위가 관여하는지 확인하는 연구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티베트 수도승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녀들을불러 SPECT 기계 안에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올리게 했다.이어 명상이 절정에 달하거나 신과의 합일을 느끼는 순간, 실을 잡아당기도록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 활동이 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첫째, 좌뇌 언어 중추의 활동이 감소해 뇌의재잘거림이 멈추었다. 둘째, 좌뇌 상두정이랑에 위치한 정위연합 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다. 이 부위는 우리가 신체 경계를 확인하도록 돕는 곳이다. 이 곳의 활동이 억제되거나 감각계로부터 들어오는 입력의 양이 줄어들면, 우리는 공간감을 잃고 우리 몸이 어디서 시작하고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최근의 이런 연구 덕분에 좌뇌의 언어중추가 침묵하고 왼쪽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인 감각을 입력 받지 못했을 때, 내 의식이 바뀌어 몸을 고체가 아니라 유동체로 지각하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낀 것을 신경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