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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배수아 씨의 책은 처음 읽었습니다. 아주 공격적인 자세로 여자 자신을 그린다는 평이 있었기에 호기심이 발동했지요. 그러나, 그녀의 가족에 대한 미움과 사회에 대한 호전성이 무엇에 근거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녀의 가족이 속물적이다는 이유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가족과 멀게 만들었다는 건 좀 억지스럽지 않나요? 그녀의 생각과 행동들이 여타의 여성작가들이 가진 자의식 수준이랑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나요?
다만 그 문체가 직설적이라는 이유로 좀 튄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렇게 속물이 싫다면, 왜 읽는 독자도 진저리 처질 만큼의 속물인 친구들과 그렇게 어울려 다닌답니까? 그녀의 여자친구에 대한 묘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극을 이끌기 위한 것인지 지나치게 친구들에 대한 묘사를 부정적으로 그렸더군요. 나이든 독신녀들은 정신과 몸이 그렇게 망가졌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그녀의 끝없는 반항에 대해 제가 이십대 초반이라면 쿨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좀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책은 두시간이면 너끈히 읽을 수있는 killing time용으로 좋았습니다. 이 책을 앞으로 읽는 독자분들, 많은걸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즐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