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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스펙의 모든 것 -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소프트웨어 스펙(SRS) 작성법
김익환.전규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1년 1월
평점 :
이직 후 세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도 어느새 끝 무렵.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피를 토하고 있어서 '일을 일답게 하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내 일을 아무리 정리하고 단순화하려고 아등바등해도 더 상위 영역에서 일이 일답게 흘러가지 않으면 매번 이렇게 피를 토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프트웨어 스펙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책 표지 뒷면에 있는 소개말을 보고 읽어야겠다 싶어서 고르게 된 책.
"프로젝트를 망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무작정 키보드를 두드리는 개발자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전체를 보는 진짜 실력을 키워보자."
개발자를 하든 다른 일을 하든 뭘 하든, 큰 그림 속에서 꼼꼼하게 디테일을 챙겨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지금 당장 관리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계속 안테나를 켜놓고 되도록 많은 걸 경험하고 또 느끼는 게 결국 내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 '큰 그림'이라는 게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에서는 정말로 크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고 다양한 영역에서의 인사이트가 필요하며 절대적이고 명확한 답이 정해져있지 않다.
책 머리말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스펙을 잘 작성하기 위해서는 실전을 통한 노하우 축적이 필요한데 방법이 잘못되면 경험이 좋은 노하우로 이어지지 않으니 좋은 코치가 필요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그러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그런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소프트웨어 개발은 원리를 모르고 무작정 따라 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으니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 책이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있다.
1부는 '소프트웨어 스펙이란?'이라는 제목으로 굉장히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를 한다.
스펙은 뭐고, 현주소는 어떤지, 기업문화와 프로세스 측면에서도 살펴보고 who? what? how?의 흐름을 통해 자연스럽게 2부 'SRS 작성법'으로 넘어간다.
2부는 SRS 템플릿 순서를 따라가며 작성법을 설명하는데, 무엇보다 실제적인 예제가 곁들여있어서 매우 좋았다. 이런 책은 아무리 이론 설명이 친절하고 자세하다 한들 좋은 예제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이 두꺼워져도 상관없으니 템플릿이 조금 더 다양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은 외국 서적이 굉장히 많다. 좋은 책도 있지만 읽다 보면 내가 현재 경험하고 느끼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잘 걸러듣고 우리나라에 맞게 생각을 보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 이 책은 국내 도서라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처한 현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개발자들이 처해있을 현실을 짚어가며 그게 왜 합당하지 않은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위안까지 얻었다.
중간중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라서 열심히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었다. 외워서 모든 걸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하며 읽는 책이 아니라 밭에 거름 주는 심정으로 읽는 책이다. 언제나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곳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언젠가 나만의 방법을 찾을 때에 이 책의 내용들이 좋은 거름이 되길. 뭐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술술 재밌게 읽기 좋은 책이다. 이런 국내 도서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