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 ㅁ(미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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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자신의 처지에서,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모든 읽기는 제한적이고 파편적이다. 불완전한 파편들이 모여서 조각보처럼 다채롭고 끝없는 읽기의 세계를 펼쳐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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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략 기억하는 생애첫 가슴이 미어진다는 기분을 느꼈던 시기는 제인에어를 처음 읽었을때였는데, 한권내내 함께 로우드기숙학교의 냉골속에서도 굳세게 자라 변변찮고 허름한 가정교사생활속에서도 꾸준히 편지로 친교를 나누던 내친구 제인이 별 개잡놈같은 로체스터의 중혼사기를 피해 힘들게 사는것만으로도 너무 슬펐었는데 결국 부유하지만 애딸린홀애비도 아닌 쫄딱망한 늙고병든홀애비와 기어코 살겠다는 그아이를 보며 너무 화가나서 책을덮고 한동안은 쳐다도보지않았다.

몇년뒤쯤 영화속 미아와시코브스카와 마이클패스벤더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분노는 희석되지않았었는데, 내가 못되먹고 제멋대로하는 제인을 정말 좋아하면서도 미워했던 이유를 지금에서야 생각해보자면, 그의 이야기를 다읽고나서 아직도 난 개똥차폐급경차를 타고떠난 내친구가 혹시나 뒤늦게라도 돌아올까봐 아직도 정류장에 우두커니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것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어쨌든 이책을 읽고나서 왠지 내친구였던 제인에어와 삼겹살에 소맥한잔하는 저녁약속을 잡고싶다는 바람이 생겼으니 이제는 그의 삶을 인정하고 다시 책을 펼쳐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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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덟명의 고전속 여성주인공을 다루고있는데, 반은 읽어 이미 알고있었고 반은 아직 알지못했던 여성들이었다. 인물들의 면면은 아주 다채로워 실제로 나와 마주했다면 아주 싫어했거나 아니면 좋아했지만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다거나, 또는 참다참다 결국 손절했을것같은 사람들이라 작가의 변호들이 색다르게 다가와 흥미롭기도 조금은 수긍하게 되며 공감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문학소녀 시절과 나의 한때를 비교하며 깔깔웃기도 하고 작가의 뼈있는 농담에 피식피식 웃으며 순식간에 한권을 완독하고, 마지막장의 여주인공 큐레이션과 웹페이지 큐알코드까지 해치우고나니 괜시리 헛헛한 기분이다.
가을밤 오래된 이야기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친구들을 얼른 만나보러 가야겠다.


미음출판사의 서평단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어린시절 만났었던 그리운 친구들을 다시 이해해볼수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사족을 남기자면 큐레이션속 앤앨리엇에 대한 작가님 감상읽고 눈물🥲
아니그게 우리 앤이 조금 우유부단하고 용기없고 그러다 후회하고 끝까지 소심하지만 또그게 웬트워스 대령과의 심리묘사를 함께 읽다보면 아주존맛이거등요…
제인오스틴 소설 최애 앤앨리엇, 아픈손가락 메리베넷인사람은 조용히 찌그러져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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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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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와이라와 함께 이곳에 있는 것이 정상이다. 정상이란, 매일 아침 여덟 시마다 차에 올라타 꽉 막힌 도로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정상이란, 하이힐과 턱없이 작은 옷에 나를 구겨 넣고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클럽에 가서 몸무게만큼의 테킬라를 퍼마시는 것이 아니다. 정상이란, 침실에 홀로 앉아 휘몰아치는 걱정과 토요일 밤 TV프로그램만을 말동무로 삼는 것이 아니다. 정상이란, 나 자신을 강력한 보호막으로 에워싸고 아무도 들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게 정상이다.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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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 와이라와 인간 로라의 십여년간에 걸친 유대와 우정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수개월과 수년의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공고히 쌓아온 두 존재를 보며 왠지 목구멍이 꽉막히는 기분이었다. 세상에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와이라가 로라를 따라 그것을 이겨내고 고작 십분만에 사육장을 옮기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로라와 함께 가슴이 뿌듯했다.


📎딱 한 번만 더. 해마다 우리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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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봉사자들이 파르케에 머물다 떠나가고 그저 한시절의 추억처럼, 뜻깊은 인생의 경험처럼 마음속 보물상자에 그 기억을 담아 살아가지만, 로라를 비롯한 새미와 다른 동료들의 끈질긴 우정과 사랑을 보며 나는 저렇게 내인생을 바쳐 평생을 사랑할수있을까 싶은 경외감이 들었다.

파르케에 적응하기전 차라리 푸세식화장실에 머무르는게 낫겠다싶어 화장실에 사는 거미에게 해그리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항상 전전긍긍하며 나아갈곳을 찾지못하고 방황하던 로라는 파르케의 동료들에게 프로도라는 별명을 얻지만, 결국 프로도가 운명의산을 걷고걸어 절대반지를 던지는 사명을 수행했듯, 로라도 그의 사명을 위해 끝까지 전진하는 모습을 보며 절로 박수가 나왔다.


📎”미친 건 이곳이 아니라 나머지 세상이라는 생각, 혹시 해본 적 있어?“ 난 탈바꿈 하기 위해 볼리비아에 왔다. 나비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다른 것을 바랐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저 쪼그만 해럴드 같은 말파리라거나. 어쨌든 지금은 그런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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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것 말파리면 어때? 어쨌든 날개가 있으니 두팔벌려 훨훨 날아가기만 하면됐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그가 목표없이 나아가기만 하는 개미행렬에서 벗어나 그의 삶을 찾고 자신의 선택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나도 위로받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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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후감을 여기서 끝낼 수 있다면 좋겠다.
기후위기라는 말은 없어진지 오래고 사람들은 동물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모든 약자들의 권리주장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로라의 에필로그 이후 닥쳐온 판데믹을 기억하기에, 그리고 우리의 2023년은 아직도 안개속을 걷는것 같기에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나서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좌절은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릴수 없으니까 오늘도 조금씩조금씩 노력해야지 우리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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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출판사의 얼리버드 서평단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로라와 와이라, 누구보다도 멋진 고함원숭이였던 코코와 파우스티노, 귀여운 테앙히와 모로차, 잘땐 천사같은 판치타, 그리고 파르케의 아름다운 고양이들과 언급하지못한 수많은 동물친구와 함께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게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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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존 프럼 지음 / 래빗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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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의 스펙트럼은 제법 넓어서 어딜 갈겨도 대충 적중이지마는, 운명에 저항하는 필멸자라면 일말의 여지도없이 스트라이크존이 아닐까. 비슷한 주제를 담고있는 일곱편의 글속 인물들의 각기다른 행동과 그에따른 결말을 보며 여러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죄과를 감당할 용기조차 없어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박탈하고 영겁회귀에 저를 가둔 한심한 남자와, 신앙을 잃어버린 불신자이자 한세계의 조물주였던 여자가 끝내 우로보로스와 같은 다차원의 고리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의 모험가가 되는 여정을 보며 각기 다른 이유로 가슴이 쿵쿵 뛰었다.

나도 실패가 무서워 게임에서조차 1인 솔로플레이를 적극 즐기는 사람으로서 나르와 추방자들의 두려움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작금의 한국 또한 실패를 용납하지않는 사회라는 점에서 또다른 형태의 우르수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타깝게도 이곳엔 귀엽고 똑똑한 곰둥이는 없지만🥲
편지 말미에 한유진선장이 추천한 책 읽고싶어서 검색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나는 마치 시냇물에 솜사탕을 씻어버린 너구리가 되버렸고😢 마지막 한선장의 모친은 어떻게 되신건가 하는 의문만 몽글몽글 솟고 한선장이 안윤빈 항해사에게 보낼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매년 구입만하고 읽는건 랜덤인 한국과학문학상수상작품집과 문윤성sf문학상작품집에서 보고 이미 눈에 익었던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읽는 기분은 제법 좋았다. 근시일내 작가의 또다른 이야기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의 도서제공을 받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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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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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소재로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간 작가들의 솜씨에 감탄하며 읽었다. 다읽고 괜시리 눈머리를 꾹꾹누르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남유하 작가의 [얼음을씹다]와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파수꾼] 이었는데 작품 모두 나라면,나였다면 이라는 가정을 거듭하게 만들었던 좋은글이었다.

나는 인간이 인간다울수 있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보르네오섬에서 발굴된 삼만년전의 어떤 소년은 어린시절 다리절단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사회는 식량을 구하기어려운 빙하기에 사망한 가족을 보존식으로 말려 섭취하도록 장려하지만, 또다른 사회는 어리고 약하고 다쳐 가망없는 잉여분의 입에게도 기꺼이 음식을 나누고 치료를 하고 돌보는 마음이 있다.

‘나’는 따듯함이 줄수없는 행복을 알고 배려를 가장한 시혜속의 탐욕을 혐오하고 친구의 팔목을 뜯는 어떤 입에게 ‘나’는 기어이 칼을 꽂아넣지만, 결국 인간의 존엄이 무너지도록 강제하는 상황속에서 입을 우물거리는 그를 보며 내안의 무언가가 부서지는듯했다.

산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얄팍한 말속에 지탱하는 사회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마저 그들과 같은 무저갱으로 이끈다. 나라면 어땠을까, 당장 내일모레 영하 오십도로 백년의 세월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마음도 결코 다르다고 장담할수 있을까. 긴 호흡으로 보고싶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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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어떤 세계속에서 우리는 냉기를 그리워하며 철지난 패딩과 털모자를 부적처럼 모시고 살아간다. 약한 피부와 눈 탓에 햇빛이 강한 낮에는 활동이 어려운 노이와 붕괴사고로 다리를 저는 갈데없는 이제트, 오랜세월 아주 차갑고 외로운 ‘선샤인’은 서로를 밀쳐내려하지만 밀려나지않는, 녹아가는 영구동토층 위의 아파트가 붕괴하지 않도록 지하에서 꼭붙들어매는 선샤인처럼, 가늘지만 질기디질긴 조금은 애틋하기도한 그런 관계다.

결국 물건과 이야기, 삶과 감정을 서로 교환해오던 세 사람이 둘로 변화해버린 결말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거래와 호의, 우정과 사랑 어드메를 헤매는 이야기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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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전이지만 비온뒤 하늘은 맑게 개고 한낮의 기온은 반팔을 입어도 제법 후끈했다. 한낮의 카페에 앉아 얼음이 가득담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얼음에 관한 여섯편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은 제법 색달랐다. 다음 앤솔로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판사의 가제본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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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판 캘빈과 홉스 세트 - 전4권
빌 워터슨 지음, 신소희 옮김 / 북스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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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만족스러워요 잘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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