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Philos 시리즈 23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홍성수.유민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우리는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사상을 전달하는 표현을 억압해서는 안 되는가
❓왜 우리는 그러한 사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잠재적으로 차별적•폭력적 행동을 조장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면 안 되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정신적 안녕과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는 표현을 보호해야 하는가

*
작금의 사회는 혐오위에 우뚝 서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혐오를 거리낌없이 전시하고 그런 타인의 모습을 혐오하며 서로의 행태를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런 혐오사회에 대한 보다나은 해법이 궁금해 펼친 이 책은, 혐오표현금지법을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저자의 오랜 연구가 담겨있었다. 물론 혐오표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혐오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저자는 미국의 수정헌법과 혐오범죄사례, 그리고 타국의 혐오표현금지법이 입법사유와 오히려 반대로 적용되었던 사례들을 토대로, 혐오표현을 반대하나 이를 검열해서는 안된다는 그의 주장을 강화한다.
.
📎탐탁지 않거나, 불온하거나, 두려움을 주는 생각을 잠재우고자 정부가 힘을 행사하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혐오표현금지법에 생명을 불어넣는 평등이라는 목표를 전복시킨다. 예상대로, 그러한 법들은 대중적이지 않은 발화자와 사상을 억압하기 위해 집행되며, 심지어 그들이 보호하도록 설계된 취약하고 소외된 소수자집단의 발언을 억누르기 위해 집행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표현의 자유 법제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는 ‘우리가 미워하는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혐오표현금지법이 혐오표현에 따른 선전 효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확신에 찬 혐오 행위자들에기는 거의 억제력이 없는 반면, 오히려 평범한 개인은 단념시킬 수도 있다.

📎법적 제재는 가장 노골적인 차별 표현에만 한정해야 한다.

*
‘혐오스럽다’라는 말은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시대의 빛나던 선각자의 주장은 동시대의 정책결정자에게는 불온한 사상으로만 여겨졌고, 소외집단의 목소리는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뭉개고, 쉽사리 수그러들지않으면 정책자의 목소리를 다수집단의 의견처럼 표명하여 짓밟아오던것이 현재의 한국사회이다. 혐오표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집행당국을 신뢰할 수 있는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혐오표현들과 그에 대항하여 펼쳤던 우리의 행동 중, 무엇이 표현의 자유로 남고 무엇이 처벌사례가 될지 우리는 차마 짐작하여 입밖에 꺼내기어렵다. 우리를 지키고자 세운 법이 우리의 입마개가 될수도 있으므로.
.
📎혐오표현금지법은 혐오적•차별적 표현에 참여하려는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남기며, 이 모두는 평등과 사회적 화합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즉, 일부 표현은 지하로 숨어들것이고, 일부 표현은 교묘한 수사로 위장하여 처벌을 피할 것이며, 일부 표현은 기소로 인한 홍보 효과를 노림에 따라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다.

*
우리는 숱한 사례를 보았다. 대놓고 혐오를 전시해 인기를 얻는 정치인과 교묘하고 음습한 약자혐오들. 법제화한 금지법은 오히려 우리의 목아래를 위협하는 비수가 될 수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대신 저자는 혐오표현에 맞서 우리가 더많은 표현-대항표현-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의 대항표현은 다양하다. 침묵(나는 어그로먹이금지로 이해했다)과 희화화, 즉각적인 항의와 같은 개인의 대항표현, 소외집단에 힘실어주기, 교육과 환경조성(소외집단에 대한 정확하고 긍정적인 정보전달), 정부와 대학의 대항표현, 그리고 우리의 전략-우리 자신을 위해 두꺼운 피부를 발달시키고, 타인을 위해 더 얇은 피부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ㅍ만 꺼내도 부들부들하며 집단으로 조리돌림하는 넷상의 수많은 못난이들을 보며 아직 우리가 안전하게 대항할 환경이 조성되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선 아직 시기상조이지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고 가만히 기다린다고해서 어느누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중요한 대의를 촉진하기 위해 가장 본질적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즉, 침묵하지 않을 권리 말이다.
.
.
.
아르테출판사의 북서퍼활동을 통해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조금씩 해왔던 생각의 파편들을 조금더 확실하게 뭉칠수있었던것 같아 좋았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생각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밸러리
사라 스트리스베리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모두는 조금씩 밸러리 솔래너스다.

조금 단정적인가.
어쨌든 이책을 읽고나서 나의 일정부분은 밸러리 솔래너스에게서 영원히 자유로울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기살해미수범, 레즈비언, 매춘부, 정신질환자, 아동성폭행피해자. 매체에서 자극적으로 묘사될수 있는 수많은 수식어들속에 가려졌던 그의 삶을 상상으로나마 그려낸 이야기를 읽으며 보는내내 마음이 어지러웠다.

.
📎서술자 : 내 꿈은 이 이야기에 다른 결말을 내는 거야. (55p)
📎서술자 : 이 이야기에 다른 결말이 있으면 좋겠어. 해피엔딩이 있으면 좋겠어 (436p)

.
과연 다른 결말이었을까.
1988년 4월 25일 텐더로인의 한 호텔에서 홀로 죽어가던 밸러리의 마지막을 시작으로 1950년대의 유년과 성장기, 대학원 과정을 그만두고 뉴욕에 정착해 앤디워홀을 만났던 1960년대초와 총격사건을 이후로한 60년대말,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앞둔 1980년대까지. 생애 마지막을 앞두고 삶을 반추하듯 순식간에 시대와 시대가 교차하고 생각과 대화가 맞물리는 그의 마지막 기억을 함께 되짚으며 내가 밸러리가 된듯 혼란스러웠다.

사라 스트리츠베리는 샌프란시스코 홍등가의 낡은 호텔에서 죽어가는 밸러리의 마지막을 붙들고 그의 삶을 전기가 아닌 환상문학속에 다시 세웠다. 플로린스 케네디는 그의 형량을 낮추기위해 애썼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혐오하며 조롱했지만, 어떤사람들은 그를위해 맹렬히 시위하고 모금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반세기가 지나서야 그의 삶과 죽음을 읽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물론 밸러리는 아주 당연하게도 이모든 사랑에게 가운데손가락만을 거칠게 휘두르겠지만.

.
📎서술자 : 이 이야기에서 네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밸러리 : 진짜 슬퍼할 거 없다니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니까, 네가 슬프다면 내가 괜찮은 조언을 해줄게. 잠잘 곳도 먹을 음식도 없이 누더기 차림으로 거리에서 구걸하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쓰레기통에서 자는 중독자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마약에 찌든 창녀, 노숙자, 미치광이를 집으로 데려가. 지하철에서 걸음을 멈추고 정신병자 매춘부와 얘기를 나눠. 그 여자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악을 쓰고 난리를 쳐도 가버리지 마. 그 여자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필요한 게 뭔지, 뭘 도와주면 좋을지, 노트에 뭘 썼는지 물어. 죽어가는 약쟁이 창녀에게 그리 관심이 많다면 말이야. 호스텔과 정신병원과 빈민가 마약 소굴, 홍등가, 교도소를 찾아가. 바깥에서 세상이 널 기다린다고, 이친구야. 그 자료의 제목은 그 여자는 사방에 있다.

.
사실 내가 밸러리를 사랑해보려던 이유는 아주 단순한 것이어서, 그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가장 사랑하는 노래이름이 Valerie여서. 노랫말속 돌아오지않을 붉은머리 발레리가 Valerie Jean Solanas가 되어 내어떤세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되어 좋았다.

.
📎네가 물속을 지나갈 때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물은 널 삼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불속을 걸을 때
불길은 널 태우지 않을 거야
📎그런 다음 조심히 책을 덮는다.


.
후 정말 좋았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
낸시 주연 김 지음, 정혜윤 옮김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내내 탄식과 슬픔에 잠기게 하는 글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 이땅밖으로 길게 체류해본적 없는 나로선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를 온전히 감각하긴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외로움과 비통함,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며 느끼는 동질감은 가슴깊이 다가왔다.
.
📎마고는 늘 엄마에게 한 시간만 더 있다가, 아니 하루만, 일 년만 더 있다가 말해야겠다며 미루었다. 자신은 세상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절대 가까이에는 살 수 없다고, 두 번 다시 같은 지붕 밑에서는 살 수 없다고.
이제 마고에겐 엄마를 납득시킬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기회도.

.
마고는 이민2세대 한국계미국인으로 홀로 자신을 낳아기른 이민1세대 어머니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평범한 딸이다. 그는 시애틀에서 LA로 일년만에 어머니를 방문하고 어머니의 집에서 그의 싸늘한 주검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어머니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한 마고가 사인을 밝혀내기위해 고군분투하며 교차하는 1987년의 미나와 2014년의 마고의 모습을 보며 어떤 선택은 이해할수없기도 어떤 선택은 공감하기도 하며 쉴새없이 책장을 넘겼다.

한국에서의 지난한 삶을 딛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미국에서 미등록이주자로서의 삶을 새로이 시작한 미나의 앞은 고난의 연속이기만 하다.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허상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이민자들, 영어라는 언어장벽, 고된 수퍼마켓에서의 노동과 겨우 해낸 가게마련, 로드니킹사건으로 촉발된 폭력시위, 젠트리피케이션과 노년에도 계속되는 노동 그리고 외로움.

.
📎미나의 지루하다는 말이 실은 외롭다는 말이란 걸 마고가 이해했을까? 지루하다는 말이 훨씬 내뱉기 쉬웠다. 그렇지 않은가?

📎그동안 마고는 제 엄마를 오로지 한국말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영어는 부끄러울 정도로 더듬거리는 천생 외국인으로만, 제 이야기를 억압하는 인물로만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엄마가 진정한 영웅임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자기 삶을 만들고, 허물어뜨리고, 다시 만든 사람이었다.

.
엄마와 함께 스무해 가까이 살았으면서도 마고는 미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당황스러워 하지만, 사실 나도 우리엄마가 아닌 OOO에 대해 아는것을 떠올려보자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않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고엄마가 아닌 미나가 간직했던 이야기의 파편을 하나씩 주워가며 퍼즐을 맞춰가는 마고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렸다.

.
📎누군가와 닮았다는 것, 피와 뼈에 생면부지 타인의 흔적을 품고 다닌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 나라의 무언가가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기 쉽게 만들었다.

📎엄마의 죽음은 매듭이 아니라 일시적 회귀였다. 엄마는 마고를 보호하기 위해 너무 많은 진실을 홀로 짊어지고 살았다. 이제 마고는 알았다. 자신도 엄마처럼 무엇이든, 심지어 사랑도 가족도 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
미나가 한국에 두고온 것, 미나의 사랑, 미나의 친구, 미나의 삶 그리고 미나의 소중한 딸 마고까지. 그의 비밀을 좇아 미나의 삶을 완성하고 결국 그의 죽음을 마주한뒤 새로운 시작을 내딛는 마고를 보며 그의 앞날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세스백의 앞날도. 마지막 마고의 더듬거리는 어색한 한국말을 보며 눈물이 왈칵 났다.
교차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금세 책한권을 다읽고 미나가 끝까지 감춘 그의 비밀을 곱씹어보며 나라면 과연 고백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결국 영원한 비밀은 없듯 마고가 다시 잇는 결말은 내가 읽어도 정말 좋았지만, 아마 타향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욱 울컥하지않을까싶은 마무리였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미나의 삶의 궤적과 그를 좇는 마고의 이야기를 함께 하게되어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이 만든 가난 - 가장 부유한 국가에 존재하는 빈곤의 진실 Philos 시리즈 25
매슈 데즈먼드 지음, 성원 옮김, 조문영 해제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난은 물질적 결핍과, 만성통증과, 투옥과, 우울증과, 중독 등등이 겹겹이 누적된 형태일 때가 많다. 가난은 직선이 아니다.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하게 엉킨 매듭이다. 가난은 범죄, 건강, 교육, 주택 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모든 사회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가난이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은 수백만 가정이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안전과 안정, 품위를 거부당한다는 뜻이다.

.
이 모든 가난의 원인은 우리에게서 비롯한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우리의 삶이 별개라고 생각한다. 밤늦게 주문한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다음날 아침에 받아 냉장고에 넣고, 물건을 살때는 최저가와 가성비를 따진다. 은행앱에서는 계좌만 만들어도 기프티콘과 이벤트 포인트를 보내주며, 우리는 편리를 위해 노동자의 수고를 지워내는 사회에서 살고있다. 이러한 이득은 누구로부터 오는걸까. 우리는 누구에게서 이득을 뺏고 배를 불리고 있는걸까.

빈곤은 결코 개인적인 이유에서만 비롯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과 시스템의 개선만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 왜? 미국에는, 그리고 한국에는 가난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은 왜 이 모든 가난이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우리 모두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미국이 만든 가난은 한국이 만든 가난과 다르지않다. 미국의 사라지지않는 빈곤가정의 모습으로 흔히 이민자와 한부모가정이 지목되지만 저자는 그것이 변명일뿐임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박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인생의 3단계(졸업-전일제일자리-정상가정:결혼하여 유자녀를 두는것) 연쇄를 완수하면 성공한다는 말은 그저 말장난이자 허상일 뿐이다.

배제가 있는 곳에는 착취가 있다. 선택지가 고작 한두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걸 정말 그들의 선택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빈자의 남은 파이마저 갈취하기 위한 협박이라고 보는게 맞지않을까.

빈곤이 철폐된 사회를 상상해보자.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 노조파업과 산재 같은 속보가 등장하지않는 세상을 상상해본다면, 그곳의 여덟시뉴스에는 과연 무슨 뉴스가 나올까? 사실 나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보지않아 상상하기 어려웠다. 빈곤이 철폐되고 노동이 존중된다면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더욱 활발하게 나오지않을까. 하지만 언론의 보도방향성은 사뭇 다른 모습일것 같다. 빗속을 걷고걸어 시위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아닌 현장의 생생하고 즐거운 목소리들이 쏟아지는 사회. 사실 내 일이 고될때도 있지만 내 직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뭇 기대되는 세상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취해야할 마지막 조치는 담장을 허물기 라고. 배제는 작은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빈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자의 이익을 우리는 방관한다. 부자의 이익에서 파생되는 부스러기같은 이득을 함께 누리는 우리는 사회적수준에서의 착취에 그만 동조해야한다. 저자는 담장너머로 돈을 던지는 대신 우리의 담장을 허물자고 말한다. 그것은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지도, 공교육의 질을 훼손하지도 않지만, 부자와 빈자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수 있을까? 왜 우리는 담장 허물기에 겁을 먹고 나의 사회적 지위가 하락할까 두려워 타인의 머리를 짓밟아 담장을 더욱 높게 쌓으려고할까.

우리는 우리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빈곤폐지론자가 되어야한다. 사실 내내 읽으면서 계속 나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나의 소비와 생활습관, 나자신의 취향과 문화를 일궈오면서도 그곳에 빈곤폐지의 자리는 없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이제 조금씩 나의 방식을 찾아야겠지. 📎대중운동은 자기만의 기여 방식을 찾아내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빈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않을것이다. 사회적 구조적 개인의 의식 또한 변화해야하는 길고 지난한 싸움이겠지만 결국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빈곤을 없애려면 아주 똑똑해야 할 필요도 없다. 빈곤을 충분히 싫어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던 제품들의 회사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다.



아르테북서퍼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생각을 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년전에 해러웨이의 글을 처음 읽었다. 당시엔 열중 하나만 겨우겨우 머리에 쑤셔넣었던 기분이었는데 이젠 열중 하나는 이해하긴한것같다(확신은없지만…)
영장류와 사이보그, 그리고 여성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사유들은 지금 읽어도 급진적으로 느껴질만큼 발표당시에는 아마 경이로운 사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이보그 선언문은 레이건 시대의 냉전시기에 발표된 글로 그는 전쟁무기개발로 각축을 벌여오던 시대속에서 팽배해지는 기술과학에 대한 반감에 대항하여 사이보그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사이보그는 우리가 되어야할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형상화하는 이미지이다. 또한 그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경계를 뒤섞어보자고 제안한다.
유색인 여성으로서 그의 선언을 읽으며 일단 사이보그 정체성 한가지는 확보했다싶어 조금 안심하기도🙃그의 탈지구적 사고를 읽으며 조금은 갸우뚱하기도 했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라는 마지막 명문으로 특히 유명한 그의 선언문이지만 초반의 그의 아이러니에도 주목하자면, 그는 스푸트니크 키드로 아일랜드계 카톨릭신자로서 우리에게 신성모독을 제안한다.

📎신성모독은 공동체 내부의 도덕적 다수파로부터 보호해 주면서도, 여전히 공동체의 필요성을 주장한다…(중략) 나의 아이러니한 믿음, 신성모독의 한복판에 사이보그의 이미지가 있다.
백인,중년,중산층,여성,페미니스트로서 그는 ‘여성’의 본질적 통일성은 없음을 지적한다. 인종과 계급, 젠더에 따른 격차는 우리의 범주를 한계짓고 주류가 아닌 목소리를 음소거한다. 그의 아이러니는 이제 여기서 ‘우리’가 누군지 묻는것이다. 사이보그라는 존재로 이분법의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타자를 인정할수밖에없게하는 그의 사유는 우리가 기꺼이 그와같이 포스트-젠더 세계의 피조물, 신화가 아닌 신성모독적이고 근본없고 다종교합된 괴물로서 함께 자리하게 만든다.

.
1부의 영장류에 대한 논의와 그에대한 페미니즘적 투쟁과 2부에서 연이어 논해지는 자연과 경험의 경합, 그리고 부치에메체타 독법(아니 단독저서가 출간되지도 않았다니!-딱한권절판됨🥲)을 따라가다 3부의 젠더 인식의 재전유, 사이보그의 체현으로 마무리짓는 그의 사유들을 읽으며 내내 놀라우면서도 따라가기 조금벅찼다. 그래도 표지를 덮으며 내안의 경계가 조금은 흐려진듯한 기분이다. 사실 아직도 xenogender나 icecreamgender같은 소리를 보면 갑자기 이기뭐꼬하며 소반을 뒤엎는 늙은영감님이 튀어나오는 나지만 오늘은 사이보그가 되어 다른 괴물들과 외계존재들을 따듯이 맞이해주는 내가 되어야지🤖그리고 근시일내 그의 사유를 다시 되짚어봐야겠다.


.
아르테북서퍼1기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지금읽어도 놀랍고 전복적인 그의 사유들을 함께 따라가게되어 즐거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