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하여 - 그리고 성,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
드니 디드로 지음, 주미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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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성에 대하여는 표제작을 비롯, 3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는데 표제작만 장토마의 여성론을 비판하는 1인칭 화자의 목소리로 기술되고, 다른 이야기들은 두 인물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것도 웃기는 점이 이것은콩트가아니다 의 말머리에 작가가 하는 말이 걸작인데,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는 듣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좀 이어지고 있을 때 청자가 끼어들어 화자를 방해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 아닌 이야기, 혹은 아주 나쁜 이야기에 청자 역할을 하는 인물을 집어넣기로 했다.

대놓고 말이 오고가는 재미를 노리겠다고 선포하는 작가의 말을 보고 한껏 기대가 상승했고,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글이었다. 티키타카 오고가는 말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재밌어할것이다.
개인적으론 드라카를리에르부인 이 제일 흥미로웠는데, 이것도 부제가 걸작이다. 특정행위에대한_여론의비일관성에 대하여! 나는 주인공 드라카를리에르부인(aka 데로슈부인)이 마음에 들었고 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살짝 스포하자면 어리석은 남자와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 다함께 박살나는 이야기이다.)
데로슈의 일화를 통해 여론과 대중의 무도함과 쉬이 휘둘리는 모습을 꼬집는 대화들이 재밌었다.

📎ㅡ잘 모르면 입을 다물어야죠.
ㅡ하지만 침묵하려면 조심해야 하는걸요.
ㅡ조심하는 게 뭐 그리 불편하다고요?
ㅡ모르는 사람 하나를 위해서 잘 아는 스무 명과 척져야 하니까요.
📎대중의 무리는 우리를 판단하고 우리의 행복을 좌지우지하고 우리를 발가벗기고 진흙탕 속에 빠트려 끌고 다닙니다. 힘이나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그러지요.
📎친구여, 별로 어려울 게 없다면 그냥 사람들의 말을 들으세요. 하지만 믿지는 말고, 들은 말을 절대로 옮기지는 마세요. 당신의 말이 어떤 부조리한 일을 지지하게 될 염려가 있습니다.

크 통찰 오지고 지렸다. 두 화자의 주고받는 대화의 흐름에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옮긴이의 말로 넘어가게 되는데 내 빈약한 감상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주어 더욱 좋았다. 별점이 따블되는 느낌이랄까. 사실 읽으면서 ‘뭐래, 이 해골양반이.’스러운 지점이 제법 있었는데 여성주의는 차치하고, 작가의 철학과 통찰이 흥미로워서 열심히 읽었던 것도 있었다. 특히 부갱빌여행기에서 사제와 원주민의 대담은 마치 타히티의 성풍속이 프랑스의 그것보다 훨씬 합리적인것처럼 여겨지지만 결국 여자는 번식목적의 가축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전락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것이, 앞서 표제작의 한문장을 떠올리게한다.

📎여성은 도시에서 불행하고 깊은 숲속에서는 더 불행하다.
그 앞 문장도 주옥같으니 별표 백만개⭐️⭐️⭐️⭐️⭐️
읽으면서 몽글몽글 솟아나는 의문들과, 재밌긴한데 이게왜재밌지싶은 의아함과,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텍스트속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들을 옮긴이의말을 통해 답을 찾을수 있어 좋았다.
어쨌든 다른이들에게 거듭 추천해볼만한 책이다. 디드로의 통찰이 놀랍기도하지만, 우화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훌륭하다. 그의 오래되었지만 결코 낡지않은 생각의 기록들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함께 읽었으면 싶다.

본 서평은 문지스펙트럼서포터즈의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으나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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