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마니아 -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
사이먼 레이놀즈 지음, 최성민.함영준 옮김 / 작업실유령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정말 천천히, 꼼꼼하게 읽고 있는 <레트로 마니아>


사이먼 레이놀즈라는 역사학을 전공한 영국 태생 작가가 음악 평론가 일을 하며 음악-대중문화-역사,에 대해 정리한 글이다. 음악의 역사가 주요 소재이긴 하나 음악을 빌미로 근현대사 대중문화 전반을 훑으므로 음악 이야기만을 하진 않는다. 운 좋게도 올해의 책,이라고 꼽을만한 책을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발견했다. 크게 오늘-어제-내일 순으로 정리된 흐름 속에서 음악과 음악이 생성되고 유행하던 시기의 풍경, 그리고 그 풍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른 문화들을 사이먼 레이놀즈,라는 시간 안내자를 통해 흥미롭게 훑을 수 있다. 밑줄 그을 것들이 너무 많아 어떤 페이지는 책 모서리 끝을 아예 접어야 할 정도다. 현재에 기술적 진보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유튜브라는 서비스를 예로 든다. 그리고 다양한 기록 장치가 개발되고 보편화 되면서 집단적인 아카이브 열풍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유튜브는 이 집단적인 아카이브 열풍을 그대로 보여주고 보관하는 인류 공동 기억 장치다. '반복재생' '랜덤재생' '다시보기'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이 활동은 결국 인류에게 '무엇이든지 기록'하라고 주문한다. 또한 미래로만 향하던 집단적 시간 개념을 과거로 회귀 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요즘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레트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한국에서의 상황은 최근 토토가 열풍이라던지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영국에서의 1960년대 상황이 한국으로 치면 1990년에 해당하고, 이후 1970년대부터 레트로 열풍에 휩싸이는 영국은 현재의 한국 사회와 정말 많이 닮아있다. 사이먼 레이놀즈는 비단 대중가요 뿐만 아니라 대중가요와 연결되는 패션, 예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리고 대중가요와 패션, 예술이 어떻게 닿아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 지도 설명한다. 

"장 콕토가 유명하게 선언한 대로, "예술은 추한 물건을 만들어내지만 그 물건은 시간이 흐르며 아름다워지는 일이 많다. 반면 패션은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내지만 그 물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추해진다." 대중음악은 예술과 패션 사이에 있지만 예술쪽으로 훨씬 기우는 편이다."

그러나 이 문장 다음으로 음악이 완전히 패션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한다.

한편, 나는 이 책을 통해 시선 확장에 도움을 받고 있다. 

"(...)수정주의 다큐멘터리가 단지 잡다한 집단적 기억을 임의 재생 모드로 제시하기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 애쓴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지 백과사전 목록을 더하기보다는 새로운 서사를 제공한다."

이 문장에 앞서 1960년대를 풍미한 밴드들이 최근에 록 다큐멘터리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그 록 다큐멘터리 패턴이 뻔한 것 투성인데 어느 날 BBC에서 4개의 주제로 이전 스토리텔링과는 다른 록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그리고 이것을 제작한 사람 역시 '공식적 시각에 질려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이 바로 '새로운 서사' 개념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또 그 개념은 현재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식적 시각'을 통해 '반복, 강요, 습득'되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시선, 바로 그것이 '새로운 서사'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건 내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렇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다수의 생각이 전체 생각으로 굳어진 채, 불특정다수에게 강요되는 형태가 불만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이루어진 여러 활동들이 활성화 되야한다. 점점 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트랙 밖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 뿐만 아니라 '리얼리즘' '모더니즘' '포스터 모더니즘'을 이해하는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터라 이 개념을 주로 디자인 관점으로만 취급 해 우물 안 개구리 시점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연속이자 부정'이라는 인용구를 통해 그동안 헷갈리고 있었던 부분을 한방에 정리 할 수 있었다.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 책을 반복해서 봐야 할 듯 싶다. 한 번 보고 말기엔 사실 어려운 부분도 있고 또 반드시 정리 할 필요가 있기에 두고 두고 봐야겠다. 아주 좋은 책을 찾아 마음이 든든하다.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머리에 뿌리를 내린 것 같아 태풍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마저 들 정도로 든든하다.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으로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가 떠올랐다.


"장 콕토가 유명하게 선언한 대로, "예술은 추한 물건을 만들어내지만 그 물건은 시간이 흐르며 아름다워지는 일이 많다. 반면 패션은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내지만 그 물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추해진다." 대중음악은 예술과 패션 사이에 있지만 예술쪽으로 훨씬 기우는 편이다."

"(...)수정주의 다큐멘터리가 단지 잡다한 집단적 기억을 임의 재생 모드로 제시하기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 애쓴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지 백과사전 목록을 더하기보다는 새로운 서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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