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4권은 학꽁치 이야기로 시작한다. 원래 식객의 마지막 이야기가 될 뻔 했는데 24권의 첫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김치찜과 엿, 소갈비, 동래 파전 이야기가 이어진다.
'엿'이라고 하면 일단 어감이 별로 좋지 않다. '엿 같다', '엿 먹어라'같은 말은 욕처럼 쓰인다. 사실 엿은 오래오래 끈끈하게 붙어 백년해로하라는 의미로 폐백에도 올리는 성스런 음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엿'의 의미가 변질되어 욕처럼 쓰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였다. 엿은 저장성과 영양이 좋아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갈 때 필수로 챙겼다는 정보도 유용했다. '합격 엿'이라는 전통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지, 또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소갈비는 소 전체로 보면 고작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 귀한 부위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생구이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총 여섯대 뿐이고 나머지는 양념갈비나 탕, 육수용으로 쓴단다. 그러니 '진짜' 갈비는 원가만 해도 1인분에 3만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비쌀 수밖에 없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덧살을 붙여쓴다고 한다. 하지만 덧살을 붙일 때 갈비와 가장 맛이 비슷한 부위인 등심을 녹말 같은 천연 재료로 붙여야 한다. 피해야 할 곳은 우둔살 같은 부위를 식용 본드로 붙여서 파는 음식점이다.
부산에 가면 동래 파전을 한번 맛봐야겠다. 동래 파전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파전과는 모양부터 달랐다. 아래에 파를 촘촘히 깔고 그 위에 해산물을 얹은 다음, 다시 파로 위를 덮는다. 마치 샌드위치처럼 해산물 위아래를 파로 감싸는 형태인데, 그래서 파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뒤집는 것도 꽤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위에 계란도 풀어서 얹는다고 하니, 그 맛이 무척 궁금하다. 특히나 장마로 궂은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에야, 어찌 그 생각이 더욱 간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 먹어본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이라도 부산으로 떠나고 싶어지게 하는 매혹적인 음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