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소설이다.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한 권쯤은 읽어 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유명하고 또 많은 작품을 남긴 그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는단다. 올해는 그동안 읽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을 한번 읽어볼까.
이 작품은 일본에서는 책과 동명으로, 한국에서는 '용의자 X'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가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이미 일본판 영화를 본 상태였다.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라서 상세한 내용들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트릭은 알고 있었다. 만약 그것을 모르고 책을 읽었다면, 읽다가 궁금함에 미쳐버렸을지도 모를 소설이다. 그만큼 몰입감이 압도적이다. 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는 그런 재미가 있다.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문장 때문이다. 이 책을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재미와 몰입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문장에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읽기 쉽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수식이 없다. 호흡도 짧아 읽기에 편하다. 거침 없이 읽을 수 있다. 묘사가 지나치게 늘어지지도 않고 감정도 적당히 절제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부족함이 없다. 많은 부분을 독자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이다. 읽기는 편한데 읽는 사람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고, 내가 쓰고 싶은 문장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인가에 대해 글을 쓸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하다 보니 수식이 많아져서 문장이 한없이 늘어지는 것이 내 문장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문장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글의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주장에도 공감하며, 나를 방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장을 닮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글의 성격에 따라 문장의 형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어떤 글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단문을 주로 쓰되, 필요에 따라 복문을 적절히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짧은 단문도, 긴 복문도 모두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을 읽는 것이 즐겁다. 그에겐 배울 점이 있으니까. 그리고 읽는 만큼 글을 쓸 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니까. 물론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문장이 어떻고를 따지지 않더라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다. 앞으로도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계속 읽어나갈 가장 큰 이유이다.
*p.171의 글은 사실 책에서 번역된 것 보다 영화에서 나온 것이 더 강렬한 것 같다.
|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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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소중한 글
| P.171 |
|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것을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운지. 단, 해답은 반드시 있어. 어때, 재미있지 않나? | | p.382 | | ○진실을 모른다는 것이 때로는 큰 죄악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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