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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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발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다. 나온지는 꽤 되었지만 미뤄두다가 최근에야 읽었다. 이 책은 특별히 여러 국가에서 동시 출간되었는데, 근 3년간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작품 중에 국내로 번역된 작품은 세 편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 발매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대부분 예전 작품들이다. 다만 그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다작을 하는 작가로 오해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것 같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소원을 이뤄주는 녹나무, 그리고 그걸 지키는 파수꾼에 대한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책 역시 마음에 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보다는 재미가 부족했다.

 일단 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체가 간결하고, 소설이라는 특성상 금방 읽을수는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녹나무의 비밀을 아는데까지 전개가 조금 답답한 감이 있다. 녹나무의 비밀이라는 것에 대해 엄청난 궁금증을 자아내는데는 실패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녹나무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단숨에 재미있어진다. 그렇지만 그것도 거기서 끝. 각각 나름의 메세지가 있지만 엄청난 감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치밀한 연결성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냥 각각의 이야기로 끝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한다면, 허무맹랑할 수 있는 판타지적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설 안으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경천 동지할 마법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신비한 나무이다. 사실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비사실적인 설정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집어 넣는 능력 덕분에, 말이 안되는 이상한 설정이 오히려 그럴듯하다. 처음엔 소설이었다가, 읽다 보면 동화가 되는 느낌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녹나무가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나는 무슨 소원을 말할까? 나는 녹나무에 소원을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가 그런 녹나무를 만날 때를 위해, 부끄럼 없는 솔직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이란 허세를 부리는 사람보다 그런 게 없는 사람을 더 두려워하는 법이니까요. - P188

... 태어났을 때 제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죽을 때 뭔가 하나라도 지니고 있다면 제가 이긴 겁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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