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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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삼국유사' 이야기로 시작한다. '삼국유사'를 다시 보게 하는 매력적인 설명이 인상적이다. '삼국사기'에 정설로 채택되고 버려진 이야기, 야사들을 모아놓은 재미있는 책이 삼국유사라는 것. 야사는 항상 정사보다 은밀하고 흥미롭다. 최태성은 그 짧은 설명만으로 삼국유사를, 그리고 '역사'를 재미의 영역으로 단숨에 인도한다. 그리고 때로는 놀라운 이야기로,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역사의 의미를 현 시대에 비추어 해석해낸다. 이 책에서 최태성은,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짧게 끊어진 특강, 혹은 유튜브 클립으로 역사 이야기를 듣는 느낌의 책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잘 알려진 정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 흥미로운 야사가 어우러져 있어 재미도 있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통찰도 공감이 많이 된다. 역사는 평소 관심이 적은 분야라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역사 관련 책 중에서는 가장 훌륭한 것 같다. '억지로 배우는 역사'에 숨이 막혔던 경험이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최태성의 역사 이야기에 이끌려 가다보면, 어느새 역사를 살아가며 숨쉬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관점을 바꾸어 주었거나,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을 좋은 책으로 본다. 저자는 역사라는 과목의 편견을 얘기하며 '아무래도 급변하는 21세기에 굳이 옛날 일을 찾아서 공부하는 게 미련해 보이긴 하나 봐요.' 라고 밝힌다. 역사를 대하는 나의 인식이 바로 그랬다. 앞만 보고 달려가도 모자랄 시간에 '굳이' 이미 일어나버린 일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가 싶었다. 나 역시 역사를 그저 시험을 위한 '도구'로 봤었기에, 거부감이 든 것이 사실이다. '역사 의식'을 강요한다는 것이, 무분별하게 국가에 충성하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를 그저 과거 사실의 집합으로 본다면 역사는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의 '쓸모'는 사실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있다. 그것이 진정한 '역사 의식'이다. 이 간단하고도 명확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역사를 그저 쓸모없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역사의 진정한 쓸모를 고민하는 순간, 역사에 대한 불편함은 어느새 사라진다. 역사는 훌륭하고도 든든한 참고서가 된다.​

 역사는 사실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데 고민이 들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고싶어한다. 관련 사례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역사는 우리가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이자, 적은 노력으로 들을 수 있는 '경험담'이다.​


 저자가 나와 같은 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훨씬 더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오늘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제목의 제일 마지막 섹션이 그랬다. 작가의 생각이 대부분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해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뜻밖에도 '온라인에서의 관계'에 대한 경험이 언급되어 있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온라인 수업을 하는 지금의 우리 교사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섹션 중에서도 가장 공감되는 저자의 말은 이것이다.  

'나의 중심을 잡는 것 만큼 주변 관계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관계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눌 수 있는 도움을 주자고 매일 다짐합니다. ... 저의 삶에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매일 다짐한다'라는 부분만 빼면 근래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의 삶에 함께 해준 사람들, 그리고 역사의 진정한 '쓸모'를 알게 해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역사가 단순히 사실의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착각이고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합니다.
- P6

내가 내뱉는 말과 지금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살펴볼 수 있다면 선택은 한결 쉬워질 겁니다.
- P66

알고 보면 창조가 아니라 조합이에요. 하지만, 달리 보면 조합을 통한 창조이기도 합니다. - P109

최초의 기술이나 최고의 기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향력입니다. - P116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 P145

도처에 갈등 요인이 널려 있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당면한 문제에 나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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