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살리는 회복적 생활교육 - 관계와 공동체를 살리는 회복적생활교육, 교육을 회복하다! 학교를 살리다!
김민자.이순영.정선영 지음 / 살림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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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살리는 회복적 생활교육


 

 책을 읽은지는 꽤 됐는데, 깜박 잊고 서평을 쓰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책의 느낌만 기억이 날 뿐, 읽고 난 후의 생각들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읽으면서 중간중간 메모해놓은 문장들을 중심으로 기억을 떠올려 서평을 써볼까 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정의와 실제를 잘 정리해 놓은 책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유행'하는 교육 방법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단 비판의 눈으로 먼저 바라보는 편이다. 거꾸로 교실이든, 하브루타 토의토론이든, 프로젝트 수업이든, 마치 그것만 잘하면 어떤 학생이든 잘 가르칠 수 있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불편하다. 비록 그 방법론들이 스스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일단 어떤것이 유행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강의 몇 번, 혹은 책 한두권 정도 읽어보고는 때론 별거 아니란 듯이, 때론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따라다니는 '일부' 선생님들의 모습이 안타까운 것이다.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교사와 학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좋으면 사실 교육 방법이나 기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반대로 관계가 좋지 않다면 그 어떤 완벽한 교육 도구와 기술들을 가져와도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어떤 교육 방법론이 '유행'한다 싶으면 일단 부정적 감정을 갖고 살펴보는 편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도 역시 그랬다.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그저 단순한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니다.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주는 새로운 철학이자 패러다임이다. 그래서 하워드 지어는 '회복적 정의는 약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라고 표현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우리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관점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 내가 회복적 생활교육을 다른 교육 방법론들과 달리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게 느낀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첫째, '되돌려주기'가 중요하다. 되돌려주기란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내가 이해한 것을 나의 언어로 다시 상대방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이것은 상대방과 나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가 있다. 상대방은 내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고, 상대방의 감정과 요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를 객관화 하고, 관계의 회복에 이를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단지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 뿐인데도, 그 효과는 엄청나다.
 둘째,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얘기하는 것은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날 뿐이다.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내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I-Massage(나 전달법)의 원리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셋째, '써클'이라고 하는 형태 자체가 중요하다. 센터피스를 가운데에 두고, 책상이 없이 서로 둥글게 마주보고 있는 써클이라는 형태. 형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회복적 생활교육을 경험해본다면, '써클'이라는 형태 자체가 갖는 커다란 힘이 있다. 단지 써클을 만들어 앉는 것만으로도 회복적 생활교육의 준비 단계로 들어서는 느낌이 든다. 써클을 만들고 나서 첫번째 활동은 '초대'단계이다. 이는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려 내는 것이다. 잠깐 말을 멈추고,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머리속에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 만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마음가짐이 만들어진다. 이후 이어지는 '써클' 활동에는 명상, 공동체 놀이, 토의하기, 표현하기, 경청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통합되어 있다.
 넷째, '평화적 압력'의 개념이다. 개인적으로는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개념이고, 어쩌면 회복적 생활교육의 핵심일 수도 있다고 본다. 평화적 공동체가 갖는 구성원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력. '이 공동체는 이런 공간이고,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어떠해야 한다'는 행동 강령을 폭력적, 지시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스며들게 하는 압력이다. 평화적인 공동체가 갖고 있는 평화적인 행동 강령, 그것을 행하도록 하는 평화적인 압력. 그렇기 때문에 회복적 생활교육이 적용될 수 있는 튼튼한 하부 구조를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평화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작업이다. 이 개념은 앞으로 조금 더 연구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떤 좋은 교육적 방법도 성공 여부는 결국 '관계'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관계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회복적 생활교육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결국 교사와 학생간의 믿음이 없다면 관계는 좋아질 수 없고, 아무런 문제 해결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서두에서 말했듯, 최근에 유행하는 여러 가지 교육적 방법론 중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이다. 그것은 회복적 생활 교육이 그저 기술이 아닌 철학이고, 관점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쁘지 않게 추천할 수 있을 책이다.


회복적 정의의 아버지인 하워드 지어(Howard Zehr)는 ‘회복적 정의는 약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회복적 정의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하나의 철학이자 패러다임이다. - P12

왜 이제 막 학교에 들어온 1학년이 가장 착하고, 교육을 가장 많이 받은 6학년이 가장 안 착한가? - P42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빅터 프랭클 - P93

어떤 시인은 우리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고립과 외로움으로부터 치유된다고 했다. - P100

갈등은 해결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야.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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