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헛소리라는 뜻이 아니다. 자칭 과학이라고 하는 '헛소리'들을 저격하는 책이다. 유사과학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맹렬하게 깨부수는 책이다.
이제는 아무도 믿는 사람도 없고, 그저 웃음 소재일 뿐인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 같은 것이 바로 유사 과학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헛소리들에 '유사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조차 잘못된 것 같다. 일단 그 느낌만 보면 과학은 아니지만 과학과 '유사한' 그 무언가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건 그냥 '헛소문', 요즘 말로는 '가짜 뉴스'로 쓰는게 더욱 정확할 것 같다.
책을 보면 정말 이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비과학적 미신'들이 넘쳐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익히 들어왔던 것들 부터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것들까지. 책에선 그런 헛소리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깨부수어 준다. 심지어 과학적으로 반박할 필요조차 없는 황당한 헛소리들까지도 친절하게 하나하나 반박해 준다.
우리는 생각보다 비과학적 소문에 잘 휘둘린다. 최근 코로나19 관련해서도 말도 안되는 가짜 뉴스들이 쏟아졌다. 우리 나라에서는 과산화수소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소문때문에 이를 마시고 피를 토하는 등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우리 주변에 그런 '비과학적 미신'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상하게 그런 소문들이 진실보다 더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엉터리 소문이라는 것이 분명한데도, 이상하게 그런 비과학적인 소문들은 더욱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그런 관심을 자극하지 못하는 소문들은 퍼지지도 못하고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이는 소문들도 철저히 팩트체크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에서, 제대로 알고 찾아보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이제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고 정확히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 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완벽한 헛소리는 그나마 낫다. 더 위험한 것은 교묘한 헛소리들이다. 예를 들면 msg와 사카린, 카제인 나트륨, 글루텐 프리 등,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광고되어 대중들을 선동한 것들. 이런 것들은 더욱 치명적이고 더욱 비윤리적이다. 시험성적서들이라는 것도 결국 기업의 입맛에 맞게 의도된 결과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한번 뿌리 깊게 박인 잘못된 진실은 오래될수록 신념으로 바뀌어 더욱 견고해진다. msg와 사카린은 과학적으로 무해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있자니 내 과학적 지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그런 논쟁을 할 필요가 없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만다.
책을 읽을 수록, 일반인으로서 수많은 정보에서 진실과 거짓을 제대로 가려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사실을 접했을 때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인 것 같다. '그럴듯할'수록 더 의심해 봐야 한다. 물론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절박한 심정의 사람들이 '비과학적 미신'에라도 기대어 기적을 바라는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보는 선량한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
모두가 과학자일 수는 없다. 모두가 과학자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경험에 대해 객관적이 되고자 하는 '과학적 자세'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
*글을 올리려고 검색하다보니 후속작이 나왔다. 볼 책이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