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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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에서 진행했던 <호수의 일> 블라인드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받아서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 소설의 그 분위기가 좋아 종종 읽고는 한다.

그래서 창비 인스타그램에서 <호수의 일> 가제본 서평단 모집 게시글을 봤을 때 읽을 책들이 많아서 고민을 했었지만 결국 신청했었고 운이 좋아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가제본을 처음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 가제본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이름이 없는 가제본이었기 때문이었고, 창비에서 추리(?)를 위한 단서로 자필 편지(복사본)도 같이 보내줬다.

하지만 난 추측도 잘 못하고, 평소 책을 고를 때도 작가 이름보다 내가 끌리는 제목과 책 소개로 고르는 편이라 인터넷 서점에 책이 올라올 때까지 누구인지 몰랐다.




수시보다 정시를 노리는 고등학생 호정이는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을 법한 모습을 가진 주인공이다.

외형이 평범하다는 표현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하지만 하기 싫어하고, 같이 어울리는 친구의 연애 얘기도 들으며 수다를 떠는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호정이의 이야기는 가족들이 꽁꽁 얼어 있는 호수에 놀러간 것부터 시작한다.

 

참 분위기가 오묘했다.

 

언니와 같이 놀고 싶어하는 나이 차이가 있는 어린 여동생, 온 가족이 함께 놀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부모님, 그리고 호수가 무섭기에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사춘기의 호정이.

 

'꽁꽁 언 호수가 깨질까봐 두려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호정이의 반에는 외딴 곳의 가로등 같은 분위기를 가진 '은기'가 전학을 왔다.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을 쓰는 아이, 등하교 할 때 버스 타는 것이 갑갑하다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

호정이는 점점 은기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많아졌다.

그리고 궁금해지는 것도 늘어만 갔다.

한 번도 물어보진 못했지만.

 

호정이의 시선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었기에 '호정이가 은기를 좋아한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물론 은기가 호정이에게 가진 호감도 은기의 행동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면 참 좋았을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호정이는 우연히 은기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어느 날 같은 반 남자애 한 명이 호정이를 부르며 '은기랑 친하냐'더니 은기가 숨기고 있던, 호정이가 우연히 알게 된 비밀에 대해 확인하듯 물었다.

호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당황한 호정이의 표정에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는 듯 '자기가 아는 것이 사실이다'며 소리치는 바람에 은기가 숨기고 싶어했던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은기는 호정이가 그랬다는 이야기에 교실을 나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호정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태도로 인해 생긴 일이라며 은기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은기가 있는지 몰랐고, 그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면서 불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내 호정이는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기 시작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은기가 숨기려 한 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호정이는 진심을 담아 사과하기 위해 은기를 찾기 시작했다.

은기의 흔적은 별로 남지 않았지만 예전에 은기와 했던 대화와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나온 얘기에서 단서를 발견하고 은기를 찾아냈다.




보는 내내 묘하게 기억 속 내 모습이 떠올라 훌쩍이며 읽었다.

 

호정이가 알게 모르게 받았을 상처들, 은기가 받았을 수 많은 손가락질과 상처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상처를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호정이를 위로해준 나래와 지후가 고맙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상처 받을까 두려워 겨울의 호수처럼 마음을 꽁꽁 얼려두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기 때문에 언젠가처럼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 얼음이 녹으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듯, 호정이와 은기도 그렇게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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