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 병원 밖의 환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양창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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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의사를 한 번도 마주하지 않고 살기 힘들다.

그리고 내가 여태 만났던 의사들은 모두 병원, 그 의사의 진료실에서였기 때문에 환자를 만나기 위해 진료실을 떠났다는 책 설명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에 서평단을 신청해보았고 당첨되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번 주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 엄마께서는 예전에 비해서 의사와 면담할 시간이 늘어났다는 그런 말씀이 떠오른, 이번 주 1분도 채 안되는 진료를 받고 진료실을 나온 내가 생각났다.


짧은 시간동안 환자를 판단해서 처방을 내리는 의사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자신이 마주하는 환자들의 상황을 더 자세히 알고 더 잘 치료하기 위해 진료실을 떠난 의사는 환자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모를 때는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직접 마주하고 난 뒤부터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며 나에게 전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려주는 책을 계속 읽어가면서 계속 몇 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재활을 위해서 오는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부터 꼼꼼하게 살펴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수업 때 흘러가듯 나온 이야기였고 그 때는 별 생각 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거렸던 것도..)


재활이 그렇게 환자를 이해하며 치료하는 것처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 환자를 살피는 것이라 이해했다.

물론 재활을 받는 환자보다 의사가 마주하게 되는 환자가 더 많기 때문에 모든 환자를 세세하게 살피는 것은 힘들어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병원을 찾아가기 힘든 환자가 줄어들어 선생님께서 진료실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약이나 주사를 잘 쓰는 의사와 병을 잘 고치는 의사는 결코 같지 않다. - P128

시계가 세 개나 있었으나 모두 가리키는 시간이 달랐다. 어느 하나 맞은 것이 없는 시계는 거기에 사는 분들의 사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 P54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손은 딱딱한 돌덩이 같았다. 그 손으로 아직 냉기가 사라지지 않은 봄산에 올라가 나물을 캐 오신 할아버지. 나의 어떤 진료도 할아버지의 산나물을 대신할 순 없다. 우리는 모두 대신 할 수 없는 것들에 기대어 살고 있다.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기에 그나마 그 무엇으로 대신하려 할 뿐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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