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운하시곡
하지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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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에서 진행했던 야운하시곡 서평단의 게시물을 그냥 멍하게 보다 마지막에 있던 전래 동화 여우 누이를 각색한 이야기가 있다는 설명에 여러 생각을 하기 전에 일단 서평단을 신청했고 운이 좋아 선정되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동양풍의 이야기들(전래 동화 각색을 포함해 7편의 단편 모두 동양이 배경인 소설)이기 때문인지 표지도 옛스러운 동양 느낌이 가득해서 마음에 들었다.

제목이 특이해서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었는데, 가장 첫 번째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밤, 구름 아래에서 우는 승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모든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보는 내내 많이 훌쩍거렸고, 매 편이 끝날 때마다 이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혼자 상상해보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역시 많이 기대했던 여우 누이를 각색한 '은혜'였는데(여우누이를 잘 모른다고 해도 제일 첫 장에 줄거리가 있어서 괜찮을 것 같음) 여태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의 방향을 바꿔 서술 된다는 점이 일단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우 누이를 무조건 나쁜 요괴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단편을 읽고 나니까 '계속해서 그랬다면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전래 동화와 다른 행복한 결말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같은 결말이어서 더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은혜'를 제외하고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호식총을 찾아 우니'였는데, 기억에 남은 이유는 조선 시대 정도(정확한 배경은 잘 모름)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처럼 느꼈고, 읽다가 '그때 도대체 왜 그랬나'싶은 부분이 기억에 너무 강하게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 마지막 페이지에 '태백문화원 김강원 향토사학자님께서 직접 채집한 실화에 착안하여 쓴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라고 되어 있었다.)


요즘 서양풍의 판타지를 많이 보다 이런 동양풍의 야이글 오랜만에 접해서 반갑기도 했고, 단편의 동양풍 이야기라 색다르기도 해서 조금 무거운 분위기였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녀는 벼루에 먹을 갈았다. 화선지를 펼쳐 아름드리 감나무를 피워내고, 앙상한 가지 끝에 덜 익은 감을 달았다. 그녀는 늦가을의 감나무나 겨울의 감나무를 그리는 법이 없었다. 오로지 초가을의 감나무만을 화선지에 담아냈다. 비록 설익은 감을 그려내느라 색감이 풍성하지는 않았으나, 은혜의 그림은 나름의 쓸쓸한 운치가 있었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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