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릴리 댄시거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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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우정은첫사랑이다 #릴리댄시거 #북클럽문학동네

*서평단에 뽑혀서 책을 받아 읽었습니다.

원제는 FIRST LOVE: Essays on Friendship 이다.
우리나라 부제는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다정'과 '복잡'에 너무나 큰 공감.
여자의 우정은 아주 어릴때부터 다정하고도 복잡하다. 때로는 다정하다가도 때로는 누구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우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돌아서서 내 험담을 하는 류의 여자애들에 대해서는.

마치 엄마처럼 보듬어주고 살펴주는 관계였다가, 내 다양한 페르소나를 알아주고, 견뎌주고, 기다려주는 관계였다가,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인 우정이다. 책의 시작과 끝은, 저자의 사촌인 사비나로부터 시작한다. 그림형제 동화에 나오는 '스노화이트'와 '로즈 레드'로 불리던 사촌 사이.

"두 아이는 서로를 정말 좋아했어요. 늘 손을 잡고 다녔답니다. 스노 화이트가 '우리는 영영 서로를 떠나지 말자'하자, 로즈레드는 '죽는 날까지 헤어지지 말자'라고 대답했어요."

둘 사이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약과 술, 고등학교 중퇴라는 길을 걷는 저자와, 여전히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던 사비나라는, 너무나 다른 성장기를 거치는 사이에도, 연해질 지언정, 끊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사비나가 갑자기 독립을 선언하고,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는 시기가 찾아오고, 저자는 오히려 대학에 진학하는 엇갈린 길에서 드디어 서로를 이해하고 더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사비나는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의 죽음을 저널리즘 적으로 풀어낸 책을 쓴 적이 있던 저자는 11년이 지나서야 사촌의 죽음에 대한 책을 써보고자 하지만, 도저히, 사비나를 강간하고 목을 졸랐던 살인자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살인 이야기를 쓸 준비를 하면서 사비나의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욕망이 솟아나기를 기다리면서 수년을 보냈다. 그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오지 않았다. 마침내 사비나에 관해 쓰려고 자리에 앉았을 때 흘러나온 이야기는 살인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다. 사랑 이야기였다.(279)

그리하여, 이 책은, 저자와 실제 친구인 여러 여자들의 이야기이자,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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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지음 / 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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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출판사에서 서평단에 뽑혀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제목이.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라서.


엄마를 죽이고 싶었던 적은 없다. 단 한 번도. 너무나 고생을 하며 살아 온 엄마를 안쓰러워하며 살았고, 그 고생을 같이 들어주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어머니와 나는 다른 존재일 뿐, 천선란 작가님의 북토크에서 들었던 말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차에 타서 어딘가로 향하는, 조별과제를 하는 사이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제서야 원망도, 서운함도, 아쉬움도 다 사라졌다. 끈질기게 붙어있던 탯줄이 그제서야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엄마.

어느 언어권에서든 가장 먼저 내뱉는 말이 아닐까. 음음음, 하는 소리를 내다가 어느덧 음마, 엄마까지 발화를 하는,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먹이고 재우고 입혀주는 존재가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는. 한시영 작가의 어머니는 알콜 중독자였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려니 힘들어서 술을 마실 수도 있었겠지만, 그 술이 일주일, 아흐레, 열흘이 넘도록 날마다 마시는 '장취'라면, 그래서 집을 나가 모텔이나 고시원을 빌려 그 안에서 쭉 술만 마신다면.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렸고, 중학생때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엄마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주려고 교복을 입은채 들락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어머니를 놓지 않았다.


나였다면.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생각하게 될 질문.

나였다면 과연 어머니를 끝까지 돌볼 수 있었을까.

그저 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을까. 그렇지만,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살뜰히 챙기고 보살폈던 엄마가, 내게 주었던 온기에 그럴 수 없었을 것 같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조승리),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이순자), <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김가을) 이런 책들이 떠올랐다. 읽고 쓰는 삶을 놓치지 않고 자기 삶을 건져 올린 사람들의 에세이가.


수도관이 터진 수도꼭지. 그게 저 같아요. 수도관이 터졌으니까 내가 쓰고 싶을 때 쓸 수 없어요. 흘러나오는 대로 써요. 제가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할머니의 트라우마가 엄마에게, 그리고 그것이 제게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쟁 중 돌쟁이 아이와 이후에 다 큰 스물세 살짜리 아들을 잃은 할머니는 엄마를 어떻게 키웠으며, 그 시대는 할머니의 몸과 마음에 어떤 그을음을 남겼던 걸까요. 어떠했기에 엄마는 저렇게 된 거죠. 술을 먹는 여자. 그러다 딸을 낳은 여자. 그래도 살아보려고 했던 여자. 여자나 엄마라는 것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그런 것에 갇힐 수 없었던 사람.(12-13)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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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 : 음식으로 본 나의 삶
스탠리 투치 지음, 이리나 옮김 / 이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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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의 배우로 널리 알려진 스탠리 투치.
이탈리아 출신인지도 몰랐고, 왠지 모르게 동성애자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책 읽으며 아이가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됨…ㅎㅎ 첫 부인과 사별하고 두 번째 결혼한 부인이 에밀리 블런트의 언니라는 것도 알게 됨….)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전체적으로 이탈리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랐는지(어머니의 요리 솜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 이후 뉴욕의 다양한 식문화에 얼마나 매료되었고, 스스로도 요리를 시작하면서 요리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이어 영화를 찍으면서 가 본 나라들의 음식, 케이터링 서비스에 대한 평과 두 번째 부인과 런던에서 살면서 맛보게 된 영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구강암에 걸리면서 모든 맛을 잃어버리고 배에 뚫린 구멍에 튜브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고, 이후로 회복하게 된 이야기까지. 한 사람의 일생을 요리로 엮어낼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은 매릴 스트립과 함께 나온 <줄리 앤 줄리아>였다. 여행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에서, 스탠리 투치는 전설적인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의 남편 역할을 맡았다. 아주 든든하게 부인을 뒷받침해주는 인상적인 남편 역할이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과연 옛날에 정말로 드문 남편상이기는 했다. “본 아페티트!” 하고 호호호 웃으며 외치는 줄리아 차일드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눈물이 고이는데, 영화 자체도 너무나 따뜻해서 진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아쉬운 점은, 뭔가 알록달록한 사진들이 함께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 아쉬웠다.
맛있는 음식 사진이 함께일 줄 알았는데….
중간 중간 레시피가 들어있다. 간단한 레시피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 꼭 만들어 먹는다는 어마어마한 것이기도 하다. 파스타 레시피는 활용해 볼 만 하기도. 후루룩, 재미있게 읽었다. 연말에 읽기에도 적당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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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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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선정되어 읽었습니다.


비상계엄내란 이후로 손에 책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난 엊그제, 드디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글씨체가 크고, 행간이 넓어서 책 두께보다 실제 글자수가 적은 듯하다. 그래서 더욱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한 시간 읽으니 절반을 넘겼다. 늦은 밤이라 책을 덮었다가 다음날 이어서 읽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드랙이라는 외계 종족과 싸우는 윌리스 데이비지가 싸우던 드랙, 제리바 쉬간과 '파이린 4호' 행성에 표류하다가, 드랙이 낳은 아기를 키우는 내용이다.

초반에 바로 제리바와 데이비지는 거대한 파도가 언덕 위까지 휩쓰는, 가혹한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친다. 제리바는 자웅동체라서 스스로 아기를 가질 수 있었고, 안타깝게도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만다. 제리바는 죽어가면서 데이비지에게 아이에게 꼭 가계도를 알려주고, 가문의 문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읊을 수 있도록 키워달라고 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중반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갑자기 확 달라지지만, 결국 관통하는 주제는 서로 다른, 너무나도 다른 두 존재가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우정을 키워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책에서 드랙 종족이 믿는 종교, 같은 '탈만'은 읽다보면, 코란이나 토라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사자의 서 같기도 하다.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대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종교들의 율법 같다. 인간과 드랙이라는 너무나 다른 두 존재가, '탈만'이라는 율법에 기대며, 가혹한 행성에서 살아남는 모습은, 우리 인간도 어쩌면 서로의 종교, 인종, 성적지향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출간은 2024년이지만, 작품은 1979년에 미국의 SF잡지에 처음 실렸다고 한다. SF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기에, 긴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책 뒷면에도 나왔지만, 드랙 아가인 '자미스'가 나는 왜 삼촌처럼 손가락이 다섯 개가 아닌지를 물어보는 장면은, 너무나 사랑스럽고도 가슴 아프다. (드랙은 손가락이 세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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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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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포일러 포함)


1983년 초판 1쇄 발행

2018년 개정3판 8쇄 발행.

1973년 스웨덴에서 출판.

우리나라에서 출판하기까지 10년.

책 뒤에 실린 '여름의 소년들에게'를 쓴 작가 한강은 이 책을 1980년에 읽은 것으로 기억했단다.

아무래도 광주의 5월, 여름을 건너오지 못한 소년들과 사자왕 형제가 겹쳐서 그렇겠지.

작가 한강이 쓴 '여름의 소년들에게'의 줄거리를 옮기자면

그건 평범한 동화책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서는 놀랍게도 처음부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엌의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픈 소년 칼에게, 그를 사랑하는 형 요나탄이 말한다. 네가 죽으면 하얀 새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거야. 나는 너를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얼마 뒤 집에 불이 나고, 칼을 업고 뛰어내린 요나탄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과연 하얀 새가 되어 창가로 날아온 요나탄이 들려준 말대로, 뒤이어 병으로 숨을 거둔 칼은 낭기열라라는 아름다운 세계에서 건강한 몸으로 다시 눈을 뜬다. 그러나 그곳은 아름답기만 한 세계가 아니다. 들장미 골짜기의 텡일이라는 무자비한 독재자가 괴물 카틀라의 힘을 등에 업은 채 사람들을 지배하고 핍박한다. 이웃한 벚나무 골짜기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에게 맞서는데, 요나탄은 '사자왕'이라는 그곳에서의 별명대로 용감하고 순정하게 자신의 몫을 다해 싸우는 중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를 사로잡은 것은, 그 싸움의 과정에서 연약하고 겁 많은 칼이 서서히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 '사자왕 칼'이 되어 가는 모습이었다. 일인칭 화자인 칼이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으므로, 처음부터 나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그를 이해했다. 형에 대한 그의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까지.

거기에 더해, 칼이 관찰하는 독재자 텡일의 모습, 그가 조종하는 살인의 화신 카틀라, 그에 맞서 연약한 사람들이 연대하는 과정이 어째서인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이 결국 승리하기는 하지만, 그 싸움의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만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반군의 지도자 오르바르만은 울지 않는다. 그 대목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불길한 예감을 기억한다. 그 어두운 예감과 폭력의 기억으로 그늘진-그러나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세계, 낭기열라에서 소년들이 다시 죽음의 형식으로 함께 떠나가는 마지막 장면을 읽다가, 어느새 해가 져서 캄캄해진 내 방의 서늘한 벽에 기대앉아 오래 울었던 것을 기억한다. 알 수 없었다. 어떻게 그들은 그토록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가? 그들의 사랑을 둘러싼 세상은 왜 그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잔인한가? (333-335)

그러나 이제 삼십여 년이 흐른 뒤 다시 읽게 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불꽃에 손바닥을 덴 것처럼 놀라며 깨달았다. 열두 살의 내가 어두워져 가는 방의 벽에 기대 앉아 이 책을 쥐고, 무엇이 내 눈과 목구멍을 뜨겁게 하는지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의 의미를. 그 질문들이 여전히 내 안에서 생생히 살아 어른어른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그들은 그토록 사랑하는가?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왜 그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폭력적인가? 그 열두 살의 나에게, 이제야 더듬더듬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존엄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의 고통이야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라고. (339-340)


어쩌면 바로 이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소년이 온다>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들장미 골짜기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러 떠나는 요나탄이 동생에게 하는 이 말이

바로 5월의 광주로 연결된다는 것을,

그 아픔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다 눈치채지 않을까.

그래서 1982년 린드그렌 할머니를 만나러 간 역자 김경희 씨에게

린드그렌 할머니는 마티아스 할아버지처럼 맑고 다정한 눈으로 이렇게 말을 했겠지.

(독재정권에 의해 짓밟힌 소식은 어쩌면 린드그렌도 알고 있었을지도...)


나는 무엇 때문에 요나탄 형이 그처럼 위험한 일을 해야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의 농장 벽난로 앞에 앉아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이 뭐란 말입니까? 그러나 형은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되는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째서 그래?"

내가 다그쳤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86)


판타지 구조, 모험 이야기라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가

이 책에는 가득하다.

아직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을 다 읽지 못했지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자신의 첫 아이를 키운 경험으로

아이에게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크게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가 종종 나오는 것 같다.

마침내 나는 '벚나무 골짜기'에 와 있는 것입니다. 골짜기는 온통 벚꽃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새하얀 벚꽃과 풀빛 잔디가 한데 어우러진 골짜기, 그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문은 마치 은빛 리본 같았습니다. 나는 왜 여태껏 그 경치를 못 보았을까요? 비탈진 오솔길에 말없이 서서 아름다운 경치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

우리가 걸어가는 오솔길은 바람에 흩날려 떨어진 벚꽃들로 새하얗게 뒤덮여 있었습니다. 머리 위로 벚꽃이 날아와 내려 앉았습니다. 풀빛 잔디 위로 벚꽃이 새하얗게 뒤덮인 오솔길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41-42)


마지막은......

마지막 부분을 읽고 눈물이 터져나와서 소파에 앉아 한참을 훌쩍거리며 울었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폭력성을 아이들도 읽을 수 있도록 써냈지만

어른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어른이라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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