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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광선 ㅣ 꿈꾸는돌 43
강석희 지음 / 돌베개 / 2025년 9월
평점 :
*서평단으로 책을 받아 보았습니다.
강석희 작가님 책은 처음 읽어본다.
작가님을 검색해보니 주로 학교 밖이나, 잘 다루지 않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쓰셨다. 문학이 누군가의 곁에서 가만히 있어주는 일을 한다면, 가장 필요한 아이들이지 않을까.
이번 책에서도 작가는 돌봄이 필요하면서도, 돌봄을 되돌려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연주. '학교를 마친 다음에는 줄곧 이모를 생각하'(14쪽)는 아이. 이모를 줄곧 생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뒤에 나온다. 어쩌면 그 일 이전부터 연주는 학교에서, 삶에서 자꾸만 미끄러지곤 했을텐데, 그 일 때문에 이모와 멀어지며 더욱 미끄러지는 속도가 빨라졌을 것 같다.
맥없이 다니는 학교지만, 반에서 하는 소모임에는 가입한다. 다른 소모임에 견주면 무척 빽빽한 안내란에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뚝 떨어지는 기분과 한없이 가라앉는 마음까지 받아 낼 수 있을지도!'라는 문구가 보인다. 연주가 떨어지는 물건을 발등으로 받아내는 '트래핑' 소모임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은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겉으로는 별 수 없이 들어간 것 처럼 보이지만.) 살갑게 다가오는 다해, 정연, 혜영에게 선뜻 곁을 내어주지 못하며 겉돌고, 미운 말을 내뱉는 연주.
이모와 가깝게 지내다, 어떤 일로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고(물론, 어른도 상처를 받으니까 이모 또한 그랬겠지만. 이모에게 상처를 준 나에게 지레 겁을 먹고 먼저 도망친 건 연주) 3년이나 이모와 만나지 않는다. 물에 떠내려오는 자두 두 알을, 두 알 모두 다 먹었어야 했다면 가슴을 치는 외할머니. 이모는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마는. 어른이 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스스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은, 때로는 부모에게 못을 박는 일이 되기도, 남몰래 안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사이 연주는 먹고 싶은 것을 마구 먹고, 그대로 다 토하는 거식증, 과식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짓을 서슴치 않는,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연주가, 이모와 함께 살며 이모를 돌본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관계. 일방의 돌봄에서, 서로의 돌봄으로 방향을 바꾼다. 어릴 때는 어른들의 도움이 무조건이지만,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는 나도 어른이었던 가족을 돌볼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서 좋았다. (청소년에게 돌봄의 무거운 짐을 지운다는 내용이 아니라. 연주 스스로 그 무거움을 감당하고, 선뜻, 이모와 함께 하겠다고 나서는 가벼움이 좋았다.)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삶의 무거움도, 함께 하다 보면 갑자기 가벼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청소년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