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 평생 잊지 못할 몽골의 초원과 하늘,그리고 사람 이야기
강제욱 외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운명은 소리없이 우연히 찾아온다. 얼마 전 친한 지인이 자신의 또다른 지인이 몽골 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사실 난 몽골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말은 언젠가는 여행을 갈지도 모르겠다는 당위성을 지닌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몽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황룡사 9층 석탑을 불태운 나쁜 민족, 우리랑 같은 뿌리를 지닌 민족, 모 항공사 광고에 나온 시원하게 느껴지던 음악이 전부였다. 그러던 찰나에 정말 예기치않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6명의 사진작가들이 몽골과 과거 몽골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영토로 귀속된 네이멍구 자치구를 여행하며 느낀 점들을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이다. 보기만 해도 생각을 하게 하는 멋진 사진들이 잔뜩 있고 몇몇 편지글은 심장 깊이 묵직한 생각을 전해준다. 나는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시끄러운 강의실에서, 그리고 기분이 속상하고 울쩍할 때 이 책을 집어들어 읽어내려갔다. 몇 주 전부터 맘이 요동치고 흔들릴 일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책에 실린 몽골의 광활한 자연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순박하고 깨끗한 모습들은 내게 알게 모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오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나는 행복한가"이다. 진아라씨 글에 나오는 가이드처녀 홉스굴은 선글라스 없이 사막에서 안내를 한다. 나는 어디서든 자랑할 구찌 선글라스가 있다. 그럼 나는 그 선글라스만큼 행복할가? 몽골 사람들은 물이 귀해 함부로 쓰지 못한다. 우리 나라는 수자원을 아끼자고 말은 많지만 아직까지는 펑펑 쓰고 있다. 그럼 우리는 그만큼 행복한가? 난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닌자 광부로서 7-8미터 구덩에서 흙을 퍼내는 작업을 하는 둡신 비아르의 순박한 웃음을 최근 또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식 교육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채금으로 돈을 버는 삭다르 부부를 비롯한 닌자 광부들의 삶을 읽으니 일이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석양 속의 부부" 사진은 밀레의 만종이 연상될 만큼 경건해보인다. 그들이 하루종일 강가에서 목만 축이고 저녁에야 비로소 하루에 단 한 번뿐인 식사를 한다는 대목은 가슴아팠다. 아마 몇 십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도 이와 비슷했지 싶다. 나는 돈을 대줘야 하는 가족도 없고 생계를 책임줘야 할 아이들도 없다. 이들 부부보다 더 가벼운 삶이지만, 왜 난 삶의 무거움에 버둥거리는걸까? 게르에 사는 그들보다 더 넓은 평수에서 살지만, 자신을 옥죄는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얼마를 가져야 만족하고 어떤 상황에 되어야 자신있게 행복하다고 느낄까? 반면 이들은 유목민답게 물질 보다는 넓은 초원을 품고 살고 있다. 몽골 여행이 아니라 작가들이 말했든 나또한 자신을 찾고 돌아보는 여행이 되었다.

이런 몽골은 현재 중국 밑에서 여러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또한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가족 해체로 맨홀에서 모여사는 청소년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단다.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우리 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근로자로 일하려고 짐을 꾸린다. 왜 모든 개발도상국들은 비슷한 수순을 밟는 걸까? 몽골만은...몽골만은 같은 과정을 밟지 않기를 이 책을 읽으며 간절히 바래본다. 그래서 미래 어느 날, 책에서 본 드넓은 몽골 초원을 말을 타고 누비며 내 안의 작은 "나"를 산산히 날려버리고 큰 "나"가 되고 싶다. 또한 우리 나라가 이들에게 진정한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참고로 별 하나를 뺀 이유는 모두 편지글로 구성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몇몇은 편지글로 쓰니 신선했지만, 어떤 글을 차라리 그냥 수필 형식으로 썼더라면 더 깊이있게 자신의 내면과 몽골을 탐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었서이다. 무리한 편지글로 내용이 어색해지는 건 둘째치고 너무 기획의 냄새가 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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