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문장이나 마음에 드는 표현에만 밑줄을 그어야 하는데, 정신 차리면 거의 대부분의 문장에 밑줄 긋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 꼭 페미니즘과 연관짓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다수의 행복을 깬 소수에게 책임을 돌리는 현상은 익숙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른 게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였다. 비난의 화살이 그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국회가 아닌 지하철을 가로막은 시위자에게 돌아가게끔 헤드라인을 뽑는 뉴스들이 늘 불편했기 때문이다. 언론 덕분에 장애인은 킬조이가 된다.킬조이라는 말은 '페미니스트'보다 더 오래되었다. 대체로 농담이 오가는 상황 등에서 타인의 즐거움을 깨뜨리고 지적하는 사회성 떨어지는 이들을 의미한다. 유의어로는 비관론자, 산통을 깨는 사람, 등등. 이런 이미지 덕에 누구도 스스로 되고 싶어서 킬조이가 되는 사람은 없다.이 책은 거의 점조직처럼 서로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위한 지침서이다. (잠재성을 지닌 사람을 포함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킬조이'라는 우스운 말을 격파한다. 기꺼이 스스로 킬조이가 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감히" 본인들의 즐거움을 깬 불편러들을 탓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가 유구한 이 부정적 이미지를 전도시킨다. '퀴어'라는 단어를 탈환했듯, '페미니스트 킬조이'도 탈환하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