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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최재천 감수 / 알레 / 2023년 12월
평점 :
저자는 딸을 위한 실천적 애도의 한 방식으로 딸과 함께 연구하던 분야에 대해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얻은 감상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글솜씨에 대한 감탄이다. 생각 전개가 자연스럽고 논리가 탄탄해서 의문을 갖거나 반박할 틈이 없다. 책을 읽으며 이런 느낌을 느낀 게 리처드 도킨스 이후 처음이다. 읽으며 주장하는 글쓰기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명료하고 군더더기 없는 설명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역량 접근법'에 대해서도 나름 이해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동물을 위한 철학에 대한 배움이다. 온라인에서 무지성으로 비판만 하는 글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댓글도 그냥 욕 한번 하고 나가면 끝이다. 다시 그 주제는 잊혀진다. 대체 앞으로 어쩌자는 거야? 싶을 때가 많았는데, 바로 책에서 말하는 '전환적 분노'을 이끌어내는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환적 분노란 보복을 위해 과거에 매여 있는 분노가 아니다. 앞으로의 행동을 촉구하는 미래지향적인 분노를 의미한다.
너스바움은 독자로 하여금 이 전환적 분노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이, 연민, 격분이라는 세 단계의 감정을 유발하는 서술방식을 이용했다. 또, 현재 동물권을 위한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 각 챕터를 하나씩 할애하여 그 한계점을 지적한다.
5장에서부터 저자가 주장하는 '역량 접근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각각의 존재는 각자의 역량이 존재하며, 그 역량을 누릴 최소한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이상 단순히 북극곰을 짠하게 여기고 플라스틱을 덜 쓰는 정도에서 그쳐서는 안 되는 지금, 이 책을 읽으면 든든한 철학적 토대와 동물과 환경을 위하는 마음에 당위성을 얻을 수 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각자 나름의 삶을 존중 받고 공정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