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가벼운 인터뷰집이다. 좋은 책을 놓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본 책은 안 읽은지 몇 년이 되었다. 교유서가 서포터즈 활동 덕분에 오랜만에 일본 문학을 접한 것인데 만족스러워서 다행이다. 열일곱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의 노년에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유한 집안의 외동 아들로 태어나 풍족하게 살아와 세상에 불만을 가진 적도 없고, 그저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의뢰에 맞춰 시를 써왔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항상 독자를 염두해두고 청자를 고려한 창작을 해왔다는 게 느껴진다. 독자가 없으면 원고료나 인세가 들어오지 않으니 독자가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농담도 할만큼 청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언어에 대해 말하는 페이지를 보면서는 어떤 글이든 저자의 삶이 통째로 녹아들 수밖에 없겠다는 점을 배웠다. 세상에는 수 만개의 단어와 표현이 존재하지만, 내가 어떤 단어를 알고 있고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완성하느냐는 개개인마다 달라지므로 시는 완전한 자기표현의 수단이다. 과하게 멋부리지 않고 소탈한 인터뷰 내용이 시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았다. 특히 나이대마다 적었던 시 형식의 자기소개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