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쉬하오이 지음, 정세경 옮김 / 학고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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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깊은 관계 속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내면 속에 감추어둔 상처를 멀리서 지켜보면, 내가 태어나면서 함께 해온 가족에게서 큰 영향을 받기도 하고, 기쁨과 행복을 함께 느끼면서, 역설적으로 슬픔과 상처, 그리고 불안도 함께 갖게되는 경우가 참 많다.

나 또한 가족을 생각하면 애뜻하지만, 어느 순간 예민한 부분을 건들이게 되면, 상처와 불안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내 안의 숨은 아이를 불러냈던, 한 심리학자 "쉬하오이"가 상담환자로 하여금 불현듯 깨닫게되는 본인의 불안, 고독, 고통의 일면을 해결해보고자, "다 큰 아이와 나이든 엄마와의 교환 일기"의 형식을 빌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이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왜 가족에게 실망하는 지.. 그 이유에 대하여 작가 본인의 경험과, 심리학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 부모에게 신호를 보내도 응답을 받지 못하였거나, 둘째, 타고난 기질이 유난히 민감하거나, 셋째, 가정에서 진짜로 상처를 입고 재난을 당한 아이이다. 쉬하오이도 그러하였고, 나도 그랬고, 나의 엄마의 세대에서도 첫번째와 두번째의 이유로 가족 안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참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가 생겼던 것이다.

현재, 나도 4살,6살 자매를 키우는데, 예전의 나의 상처를 곱씹어보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상처를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의도치 않게 내뱉은 말에 상처를 받은 아이의 눈빛을 우연히 보고 난 뒤에는, 아이와 나 사이에 구멍을 만들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요청에 응답을 받지 못하거나 예민해서 생긴 실망감은 반대로 작은 구멍이 잔뜩 뚫려버린 광야 같아서 오랜 세월에 걸쳐 구멍을 하나하나 메워야만 회복이 된다고 하니,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얼마나 무겁고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영화나 TV프로그램 속에서의 인물의 상처나 가족간의 관계에서의 일어난 비극을 바탕으로 심리학적인 접근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대만 심리학자 쉬하오이(작가)가 쓴 글이다보니, 대만 드라마인 <인간사월천>에 나오는 린후이인의 가정이야기를 통해 가족사는 운명론인가에 대하여 묘사하는 부분이 나온다.

우리가 성장하여 찾게 되는 사랑의 원형은 결국 부모의 결혼 생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결국 부모의 결혼같은 좌절과 실패를 겪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다시 떠올리고, 고달픈 숙명인 그것에 묘하게도 익숙해져버린다는 마음 아픈 구절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소위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나는 아빠처럼 살지 않을거야" 이렇게 울부짖으면서도 결국에 먼 미래에 나의 모습을 보면 결국 내가 엄마였고, 엄마가 나인 그러한 현실이 다시 나에게 상처로 되돌아 온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내게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 내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상처와 불안, 고통을 함께 껴안으며 지내왔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해 무의식이 깊숙이 침투하여 미움과 상처를 떠올리고 상대 가족을 원망하고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고, 사랑의 진짜 의미를 알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작가는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내 안에 작은 자아를 지니고 있다. 상처받았던 내 자아를 안아주고, 내게 귀 기울이고, 내게 상처를 준 상대를 진심으로 용서해준다면, 그 자아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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