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그만두는 문제를 고만하던 시기에는 무려 2천500년 전에 살았던 중국사람 굴원의 <어부사> 에 나오는 문장에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라.
말로든 글로든,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는 맙시다. 이성과 감정은 뒤섞여서 작동합니다. 옳지 않은 주장은 들으면 화가 나지만, 똑같은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수긍하기도 하는게 사람입니다.
한 도시도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같다. 생겨나고, 번성하고, 쇠락하기도 한다. 나는 변해가는 어떤 장소의 짧은 순간을 함께할 뿐이다. 여행지가 보여주는 찰나의 얼굴. 그 얼굴이 때로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민낯이라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처럼 그렇게 바라보고 싶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까지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여행을 하고 그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살아가는 이의 제일 큰 덕목은 모든 여행지를 사랑하는 마음일 테니까.
여행자로서 최소한의 윤리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기 인데.....
밥은 곧 목숨에 다름 아닌데 목숨을 나누는 스님들의 손길도, 그걸 받아드는 아이들의 얼굴도 심상하고 고요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안에서 무언가 뜨끈한 것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이들 밥그릇이 아까워 가난을 증명하라는 내 나라의 인색한 어른들이 떠오른다. 밥은 저렇게 말없이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