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평점 :
이 서적은 저자가 파리1대학 예술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예술품과 예술가를 소개한 서적으로 마치 부드럽게 말하는 듯 묘사하는 설명은 평소 국내 서적에서 접하지 않았던 내용까지 독특한 문법을 구사하며 설명한다. 특히 파리1대힉 교에서 최고의 인재들에게 강의하는 내용과 그림에 대한 감상법, 관심의 주제를 소개하고 있어 미술사에 대한 매우 특별한 서적이라 하겠다.
서적은 총 14개의 수업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작품을 다루는데 그림 속의 절규가 인간이 아닌 뭉크가 환각과 환청으로 느낀 자연의 절규라는 설명과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생의 프리즈, 삶과 사랑과 죽음의 시>에 대한 설명에서 사랑과 성적인 주제를 인간의 본질적 삶을 결정하는 핵심이라 생각하면서도 이 치명적 매혹을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생각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사랑에 실패하며 고통과 절망에 빠져 질병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까지 부정적인 사고가 확장되어 유일한 도피처가 예술이었다는 설명은 그의 작품을 더욱 안쓰럽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에서는 두려움이 아름다움이 된다는 주제에 대해 버크의 숭고론에 대한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숭고의 지배적인 감정은 공포이며 사람들은 공포가 안도로 전환될 때 즐거움을 느낀다는 이론에 대한 설명으로 난파선의 그림을 보면서 상상이 더해가며 공포를 느낀 후 자신이 폭풍우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한 후 그림을 다시 보면 자연의 힘과 경치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전율을 느끼는 것이 두려움을 주는 무서운 그림의 매력이라 설명한다.
4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중 <누다 베리타스>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로 해석되는 여성이 든 거울이 감상자를 향한 것이 당시 예술가들에게 진취적인 미술을 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설명은 처음 알게 된 내용이라 흥미로웠으며 클림트가 기존 미술 경향에 반대하는 빈 분리파 운동이 승리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의미마저 있다는 해설도 다른 시각으로 그림을 보게 만들었다.
5장에서는 벨기에 상징주의 화가 페르낭 크노프에 대한 생애와 상징주의가 무엇인지 설명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강의는 9장의 알베르토 자코베티가 인물의 형상을 모두 길고 앙상하게 만든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20세의 화가가 함께 묵던 지역의 호텔에서 동행이었던 노신사가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한 후 시체와 하룻밤을 함께 있은 후 생사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끼고 죽음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주로 제작했다는 설명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 말년에는 필연적인 죽음 앞에서도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걷는 남자>를 만들었다고 하니 우리도 운명에 순응하지 말고 미래를 도전적이고 긍정적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기는 내용이었다.
10장 프란시스 베이컨의 경우 그의 그림 스타일을 싫어해서 관심이 전혀 없었으나 그가 얘기한 매일 세상에서 벌어지는 ‘진실의 잔혹성’을 그렸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 현재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혹함에 눈을 돌려버리며 외면하는 내가 그의 작품도 외면했다는 생각이 들어 깊은 사유에 빠지게 만들었다.
성 차별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물론 자신의 작품을 베끼고 유명세를 탄 다른 파렴치한 아티스트로 인해 의기소침했지만 마침내 유명 예술가로 인정받은 쿠사마 야요이의 생애, 쿠사마의 영감을 훔친 예술가들의 작품과 원작을 비교하며 보면서 설명을 읽는 부분은 가장 눈여겨 볼 내용이었다.
TV의 <서프라이즈> 란 프로그램에서 나온 적이 있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술품 위조범인 판 메이헤런에 대한 내용은 나치 괴링(<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화가 페르메이르의 광팬)에게 중요문화유산을 팔아넘긴 죄로 기소되자 자신의 위조실력을 보여주며 누명을 벗으며 오히려 나치를 골탕 먹인 의인으로 시선이 바뀌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으며 그가 페르메이르를 각별하게 연구해서 전문가조차 진위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했다니 워낙 작품이 귀한 페르메이르의 작품 대신 그가 그린 그림이라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도 나처럼 그의 위작이라도 소장하고 싶지 않을까 궁금하다.
이 서적은 저자가 파리1대학에서 예술 수업에서 들은 내용 중 선별하여 14편의 강의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파리 대학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이라 현대 미술에 대한 비중이 높다는 느낌이 들어 새로운 지식을 얻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부록에서 소개하는 25명의 현대 아티스트에 대한 설명은 독자들에게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유튜브에 올린 <예술작품>이란 내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갔다. 작가의 부드럽고 스토리텔링이 강점이 서적의 내용은 독자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어 많은 분들에게 우수한 미술 교양서로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