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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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적은 대만 남부 헝춘 반도의 역사서로 1867년 미국과 대만 원주민 사이의 사건을 다룬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대만 원주민의 역사를 허구와 진실을 융합해 드라마틱하게 기술한 역사소설로 가독성이 매우 우수한 서적이라 하겠다.


현재 대만을 포르모사로 불리던 1867년 타이완 남부 해안에 표류하던 미국 선적이 상륙하자 구자록이 이끄는 생번(대만 원주민)은 과거 서양인의 공격으로 주민이 대부분 몰살당하고 5명만 살아남았던 기억에 공포를 느끼고 서양인의 공격이라 오해하고 선장의 부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원들을 살해한다.(로바호 사건 발생)

당시, 대만은 청나라가 정복하며 복건성 출신의 한족인 복로인, 광동성 출신의 한족 객가인, 한족과 생번의 혼혈인 토생자, 생번이 차별과 갈등이 심하던 시기로 복로인이 최상, 생번을 최하의 인종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그리고 토생자도 객가인과의 혼혈인 토생자는 복로인과의 혼혈인 토생자보다 심한 차별을 당한다.

아버지가 객가인이고 어머니가 생번이었던 혼혈 남매 문걸과 접매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과거부터 인연이 있었던 복로인과 생번의 혼혈인 수령 면자의 집인 사료로 이주하게 된다.

로버호 사건에 영국이 먼저 배를 움직여 영사 캐럴은 사료의 수령인 면자를 만나 미국 선원들의 유해나 유품이라도 찾으려 왔다고 하며 생번에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배에 동승했던 의사 맨슨은 멧돼지에 물린 면자의 조카를 서양 의술로 치료한다. 그의 치료를 보조하던 접매는 양인의 치료가 있었다면 아버지가 살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최종 목적지인 남갑으로 가려는 양인들은 통역자를 구하는데 생번과의 접촉을 두려워 많은 지원자가 없자 맨슨의 의술을 배우고 싶었던 접매는 의술 교육을 조건으로 통역자로 따라나선다.

한편 생번에게 양인들의 의사를 먼저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면자는 그의 동생 송자와 문걸을 구자록으로 보내는데 평생 비밀에 쌓여있던 어머니가 사가라족의 총두목 탁기독의 여동생으로 생번끼리의 결혼을 거부하고 도주했다는 진실에 접한다. 아들이 없던 탁기독은 문걸을 양자로 임명하고 문걸은 생번을 지키기 위한 책사로 성장한다.

남갑에 도착한 영국의 함선은 이미 전갈을 받은 구자록이 이끄는 생번들의 기습 공격을 당하고 사상자는 없이 물러나고 접매는 의술을 배우기 위해 맨슨을 따라 대만부에 정착한다.

2차 대전까지 참전해 공을 세웠던 미국의 영사 이양례는 로버호 사건을 처리하기 맨슨과 접매를 태우고 남갑으로 향하는데 과연 생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며 서양의 신식 문물을 보고 경험한 접매와 생번의 운명을 쥔 문걸은 어떤 운명과 마주할 것인가?


이 서적은 19세기 대만의 상황과 원주민의 역사를 담고 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차별하던 대만의 주민들의 갈등과 대만에서 영향력을 키워 자기들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미국, 영국과 대만을 장악하려는 청나라의 활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서구 열강들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한 생번들의 활약으로 당분간 청나라와 서구 열강들을 물러나게 했다. 이들 생번들의 활약상이 매우 상세하고 드라마틱하게 기술되어 독자들은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서적을 단숨에 읽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서적이 작가가 구상하는 3부작의 1부에 해당한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2, 3부는 어떤 역사를 다룰지 기대가 된다.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국가는 아픈 전철을 다시 밟게 된다. 신냉전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1980년대 냉전시대처럼 미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소련보다 더 위협적인 중국의 타이완 도발에 맞서 우리는 최대한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 소설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당시 포르모사의 상황, 생번들의 고민과 결정이 조선도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국내 독자들도 감정이입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 대만과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가독성이 우수한 역사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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