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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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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아이티의 독재자 프랑수와 뒤발리에(일명‘파파독’) 집권 초기 아이티의 수도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브라운이 배에서 만난 스미스 부부와 존슨 소령 세 집단에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1960년대 초 아이티의 암울하고 비극적인 정치상황을 희극으로 은유시킨 문장이 특징인 가독성이 우수한 서적이라 하겠다.


스토리는 독재자의 등장으로 망해가는 호텔 트리아농 매각에 실패한 브라운이 아이티로 돌아오는 배에서 스미스 부부와 존슨 대령을 만나 시작되며 스미스 부부, 존슨 대령이 브라운과 아이티에서 함께 겪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화자인 브라운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려졌으나 어머니의 임종 직전 아이티로 불려가 호텔을 상속받는다, 한동안 호텔 사업은 성공한 듯 보였으나 ‘파파독’의 등장으로 해외 관광객이 급감하며 경영이 어려워지자 호텔을 매각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아이티로 향하는 메이데이 호에 오른다. 그곳에서 1948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는 스미스 부부와 자신이 2차 대전 당시 전쟁 영웅이라 허풍을 떠는 존슨 소령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다.

스미스 부부는 아이티 사회복지부 장관 앞으로 작성된 소개장을 갖고 아이티에 채식주의 센터를 건립하려는 목표를 갖고 방문했으나 하필 브라운의 호텔 수영장에서 브라운이 도착한 날 사회복지부장관이 자살해 시체를 발견한 상황에서 스미스부부가 찾아와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한다. 브라운은 그 사실을 숨기려 시체를 외부로 옮긴다.

한편 메이데이호의 선장이 브라운에게 문제가 있는 인물로 주의하라는 경고를 했던 존슨이 입국수속에 걸려 경찰서에서 고초를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브라운은 스미스를 대동하고 장관을 만나 존슨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브라운과 바람을 피우는 독일 여성 마르타는 매사에 냉소적인 브라운과 항상 다투면서도 그를 사랑해 그를 떠나지 못한다.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불륜을 저지르고 아이 때문에 바쁜 마르타에게 이혼을 하고 자신과 떠나자고 재촉하며 아이를 떠날 수 없는 마르타에게 마음의 상처만 쌓이게 만든다.

매춘부가 있는 클럽에서 우연히 악명 높은 ‘통통 마쿠트’의 대위 콩카쇠르를 만나는데 그가 접대하는 사람이 얼마 전까지 고문을 당하던 존슨이란 것을 알게 되고 존슨이 큰 사기를 치고 있다는 생각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데 동업을 제안했던 존슨이 쫓기며 브라운도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채식주의 센터 건립을 위해 장관을 방문했던 스미스부부는 아이티 정부의 대처에 실망하고 호텔을 떠나고 종업원마저 반군에 가담하여 떠나고 체포 위기에 처한 존슨을 무사히 아이티에서 탈출시키려다 실패한 브라운은 존스를 그의 허풍을 믿는 반군의 지도자로 반군과 합류시키려 하는데 과연 통통 마쿠트의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


이 서적의 화자는 브라운이지만 주인공은 존슨이다. 과거 배우 출신의 사기꾼이지만 그는 브라운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에게 특유의 화법과 허풍으로 즐거움을 주고 애정과 우정을 한 몸에 받는다. 단골 매춘 업소의 여인, 마르타, 스미스 부부, 메이데이 호의 갑판장, 마르타의 아이 앙헬, 대사, 반군 등 다양한 사람들은 존슨에게 매우 호의적이며 선의를 베풀려한다. 그의 코미디언 같은 대화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것과 냉소적인 브라운이나 아이티의 정치상황, 경찰들이 주는 공포가 대비되는 것이 이 서적이 가장 큰 특징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후를 맞은 그를 반군의 지도자로 받드는 모습은 그가 만든 허구의 세계를 아이티에서는 역사가 되도록 만들었다. 통통 마쿠트에게 잡힐까봐 대사의 집에 숨겨 둔 후 마르타의 까다로운 아들이 그를 무척 좋아하게 됐으며 심지어 기르는 개마저 주인보다 존슨을 따르는 모습에 질투하는 속 좁은 브라운에 대한 심리 묘사, 아내의 외도를 알면서 존슨을 의심하는 브라운에게 우리 모두가 코미디언이라 선언하는 대사의 문장 등 많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심리 묘사가 매우 섬세하여 두세 번은 반복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서적이라 느꼈다.


이 서적은 1960년대 아이티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고 읽으면 암울하고 긴장상태인 사회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존슨을 비롯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해피엔딩을 꿈꾸며 일부 희극적 연기를 보여주는 듯 살아간다. 크게 한방을 치는 유머는 없지만 읽으면 웃음과 슬픔을 비롯해 다양한 감성을 자극할 요소가 담긴 특별한 서적이라 소장하여 울적하거나 냉소적인 느낌이 드는 날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욕구가 드는 서적이란 생각이 들어 많은 분들에게 가독성이 우수하고 흥미로운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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