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사물 탐구 사전 - 우리와 함께 했던 그때 그 물건
정명섭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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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적은 지난 100년간 근대 문물을 소개한 서적으로 사물의 발명, 우리나라에서의 중흥기와 쇠퇴의 역사를 다룬 내용으로 가독성이 우수한, 색다른 역사여행을 선사할 서적이라 하겠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부터 최근까지를 근대로 잡고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차, 무성 영화, 성냥, 재봉틀, 인력거, 석유풍로, 축음기, 고무신 8가지의 사물에 대한 역사를 주로 다룬다.

스토리의 형식은 서두에는 외국에서 처음 발명하고 발전한 과정을 다루고 중반이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급되고 절정에 달하는 시기를 거쳐 쇠퇴하여 사라진 시기까지의 역사를 시간대별로 역사서와 비슷한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데 당시의 정치, 사회, 문화도 함께 다루고 있어 인문학적 내용까지 깊이 있게 다룬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1장 전차에서는 구보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서 하층민부터 상류층까지 모든 계층을 다룬 내용이 당시의 리얼리즘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3장에서는 1980년대 학창시절 젊은이들이 취미로 모으던 성냥의 역사를 다루는데 일제치하 순사들의 고문도구로 성냥을 사용하고 여성근로자를 착취해 성냥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으며 '인천의 성냥공장'이란 노래의 가슴 아픈 유래도 들여다 볼 수 있어 낭만적이라 여겼던 성냥에 대해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4장 재봉틀에서는 당시 고가의 재봉틀로 인해 할부 제도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내용과 일명 '시다'로 불리던 노동자들의 착취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5장 인력거는 국내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물인데 일본인과 조선인의 보증금이 차이가 커 현재 택시에서 벌어지는 승차 거부, 과도한 요금청구가 사회문제가 되어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고 인력거꾼이 부당한 대우와 폭행을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하니 개인 이동에 관한 교통수단은 100년이 지나도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장의 고무신에서는 임금 삭감에 항의하다 체포되어 단식으로 호소하다 죽음을 맞은 강주룡의 노동운동의 정신이 현재 노동자들에게도 전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7장의 석유풍로(곤로)는 어린 시절 실제로 사용한 사물이라 반가웠다. 1970년대 초반 어머님이 사정이 생겨 외출하시면 동생들에게 간단하게 토스트를 해주거나 라면을 끓여 끼니를 때우는데 간편하면서도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오래된 추억이 떠올라 본문을 읽으며 과거로 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이 서적은 근대 사물의 역사를 다루는데 정치, 사회, 문학까지 다룬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시대 도입된 사물이기에 고용인인 조선 사람은 항상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일이 많았다. 일본인이나 친일파 조선인이 경영하는 공장에서 근대화를 위해 희생하면서도 인간적인 대접을 전혀 받지 못했던 내용이 너무 많아 가슴 아팠고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파업을 했지만 공권력에 굴복하거나 당장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어 빠른 시간에 권리를 쟁취하지 못하고 파업을 중단한 사례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이런 노동자들과 하층민의 골수를 바탕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이 번영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현재는 재봉틀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라진 사물에 대한 다양한 인문학적 내용이 가득한 유익한 교양서로 일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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