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찰스 부코스키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미국 주류문단에서 이단아로 불렸던 찰스 부코스키의 칼럼을 모은 서적으로 1960년대 혼탁했던 미국사회를 엿볼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베트남전, 정치인들의 암살, 약물남용, 알코올 중독, 무분별한 성관계 관련 글이 전편을 장식하여 1960년대 후반 미국 비주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서적이라 하겠다.

 

칼럼의 내용에 저자 자신의 이름인 부코스키, 그의 분신 헨리를 칼럼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인생 스토리와 철학, 사상을 전달한다. 알코올에 대한 의존이 심한 저자는 하류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여성과 창녀들과 마구 어울리는 기행을 보인다. 시인이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미국 사회의 아픔과 암울한 정치현상을 고발하는 내용을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 특히 1960년대 케네디가의 암살을 비롯한 다수의 사회운동가를 암살하여 자유민주주의의 희망을 억누르는 정치현실을 고발한 내용은 많은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서적의 초반 음탕한 늙은이로 자신을 지칭하여 다수의 사람들과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 취한 상태에서 벌이는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성에 대한 묘사는 읽기에도 편안하지 않았지만 서적이 중반부를 지나며 그의 결혼 생활과 끝 부분에 고백하는 아버지에게 채찍으로 체벌을 당하던 유년시절의 고백과 집을 떠난 과정을 보면서 제정신으로 살기에 너무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에 동정이 갔다.

참전 후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적문제가 있는 인물의 이야기, 조직폭력배의 폭력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내용,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강도짓을 하는 인간군상,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경찰 등 암울하고 어두운 스토리가 책의 전반에 깔려 있어 잿빛으로 물들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저자의 촌철살인의 짧은 문장은 균형을 잡으며 살기에 힘들었던 저자의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천재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가슴을 찌르는 비수와도 같았다.

 

이 서적은 1960년대 미국의 암울한 모습을 투영한 작품으로 시인인 저자의 독특한 표현과 감성이 드러난다. 단순한 것을 어렵게 말하는 지성을 비판하며 직설적이면서 원초적 표현을 구사하며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색다른 문학을 창조한 부분이 특징이라 하겠다. 존 케루악, 알렌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스 등 비트 세대 문학의 특징을 지닌 칼럼 모음집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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