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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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자연 과학자이자 생태탐험가인 저자가 지구에 존재하는 지하공간인 언더랜드를 직접 탐험한 후 언더랜드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저장하는 은신처이자 보관기능의 공간이며, 우주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며 원자재를 생산하는 기지역할을 하며, 공포의 처리물을 버리는 공간 등 크게 세 가지 역할의 공간으로 나누어 심원의 시간여행이란 부제로 설명한다. 지질학, 고고학, 우주천체학, 물리, 화학, 기상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을 철학, 신화, 문학을 적절히 인용하여 묘사한 내용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부분이라 생각되며 내가 최근 4~5년간 읽은 서적 중 가장 우수한 서적으로 몇 차례 더 읽게 될 서적이라 하겠다.


서적은 3부로 13장으로 나누여져 있다. 13장은 모든 탐험 후 아들과 숲을 산책하는 감상이 짧지만 나머지 12장은 저자가 탐험한 생생한 탐험기와 전문적인 내용, 문학적 묘사가 풍부하여 집중하여 독서해야 할 부분이었다.


1장에서는 평면적 관점을 벗어나 우리가 사는 심원의 세상을 더욱 깊게 보라 충고한다. 특히 지상세계를 부양하기 위해 지하네트워크를 파괴하고 추출, 개발, 폐기에 무관심해진 인류를 비판한다.


2장은 션에게 서머싯 주 맨딥힐스의 매장지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와 함께 감춰진 입구 언더사이트를 보는 법을 배우고 동굴로 들어가 2000년 전 납을 채굴하던 그러피 그라운드를 거쳐 아름다운 러클의 돌, 바위가 해저에 퇴적물로 깔리면서 형성된 층리면을 관찰하고 고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홀로웨이를 따라 걸으며 지상과 지하의 경계가 얼마나 엷은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3장은 요크셔 해안의 불비마을의 광산에서 탄산칼륨을 채취하며 드리프트라 불리는 암흑물질 탐지 실험을 하는 곳을 방문한다.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의 기본인 암흑물질의 구성요소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입자인 윔프(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오 양성자의 1000배 무거운 입자)이다. 여기 연구소의 크리스토퍼에게 ‘뮤온단층촬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광산 안전 전문가 닐 로울리에게는 실바이트, 할라이트, 폴리할라이트, 보러사이트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지하갱도를 관찰한다. 여기서 저자는 인류세의 흔적으로 생긴 온갖 쓰레기로 지층을 남기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떤 조상으로 남을 것인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4장은 식물과 균근성 곰팡이 사이에 존재하는 상리공생에 대한 내용을 먼저 설명하고 우드 와이드 웹의 신세대 제작자 중 한명인 식물학자 멀린과 에핑 포레스트 숲을 다니며 균류학과 공생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듣는다. 특히 균근성곰팡이를 연구한 알브레히트가 인류세를 공생세라고 이름을 바꾸고 우드 와이드 웹에서 발견된 것처럼 함께 살면서 서로 북돋아주는 생명 번식의 형태와 과정을 따르는 인간지성에 의한 사회조직을 특징짓는 시대로 명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5장은 발터 벤야민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묘사된 세상인 프랑스 지하도시인 카타콤(1955년 이후 카타콤 동굴 망 접근 금지 됨)을 카타필(아래를 사랑하는 사람들) 2명과 이틀간 탐험하는 내용으로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듯 숨이 막히고 답답한 묘사가 압권인 부분이었다. 높이 60cm의 갱도를 기어가며 언제 천정이 무너질지 모르는 공포를 느끼며 여러 방을 거치며 광물의 시료, 유골도 보고 다른 카타필과 만나 파티도 즐긴다. 여기서 다양한 도시탐험가들이 탐험한 지하공간에 대한 얘기 중 버려진 점판암 광산에 40년간 사람들이 버린 폐차가 산을 이루었다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고 함께한 리나라는 여성의 희망이 길이 2400km, 3층에 걸친 50cm 높이의 우크라이나 카타콤(2차 대전 때 우크라이나 반군이 1년이나 머문 장소)을 들어가는 것이라는 데 충격을 받았다.


6장부터 12장까지는 서적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큰 울림을 주는 내용이라 서적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겠다.(내 메모 16페이중 10페이지 정도분량)




가장 가슴을 조이며 봤던 내용은 11장 융빙수에 대한 내용으로 그린란드의 뮬랭을 저자가 하강한 부분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빙하의 싱크홀 뮬랭을 찾기 위한 여정과 노르웨이 신화의 헬아임을 설명한 후 하강을 묘사하여 독자도 저자와 같은 느낌을 받도록 유도한 내용이 어떤 문학작품보다 우수하다고 생각된 부분이었다.




이 서적은 심원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 하겠다.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가 망가뜨리고 있는 현재까지의 기록이다. 기행문이자 탐사기록이면서 인류가 지난 100년 사이 훼손한 자연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반감기 44억년 이상의 핵 연료봉을 온칼로 바닥에 폐기하는 내용도 고발한다. 서적에 결론은 없다. 맨 앞에 언급한데로 저자는 세 가지 기능을 지닌 언더랜드를 여행하고 탐험한 기록을 제시한다. 함께 탐험에 참여한 이들의 말과 저자의 감상을 흡수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저자가 인용한 신화와 문학작품 그리고 과학 분야의 전문적인 용어와 설명은 독자를 넓고 멋진 인문학 세상으로 안내한다. 가슴 뛰게 하는 멋진 언더랜드로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시길 추천하고 싶다.


P 249 폭력사건은 누군가의 눈에 부서진 유리처럼 지속된다. 그것이 만들어 내는 빛은 우리를 돕기는커녕 눈을 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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