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그림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9
히사오 주란.마키 이쓰마.하시 몬도 지음, 이선윤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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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1900년대 초반 활동하던 일본 현대작가들의 단편 소설로 미스터리 소설의 색다른 시도를 보여 준 작품으로 사회성이 강한 여섯 작품을 소개한다. 일본 현대소설의 경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서적으로 평하고 싶다.

 

이 서적의 저자 중 가장 먼저 소개되는 히사오 주란의 <호반>, <햄릿>, <나비 그림>은 매우 독특한 소재를 다루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호반은> 아내 스에의 불륜을 참지 못하고 자살로 위장하고 비구니로 살도록 보낸 남편에게 아내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사체의 발견으로 변호사이면서도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던 다카기와 주인공은 혼란에 빠지고 갑자기 나타난 스에와 제2의 인생을 꾸리기 위해 스에를 유령으로 착각하고 목을 맨 다카기를 자신으로 위장한 후 모든 재산을 버리고 도망친다는 스토리이다.

<나비 그림>은 유약하고 소심한 야마카와가 2차 대전에 징집되어 필리핀에서 잔악함으로 악명을 떨친 일명 마리포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고국으로 돌아와 오랑우탄과 필리핀여성 리나가 등장하며 자신의 거짓에 불안해하며 전범재판에 대한 고통에 떨다 가문과 종교적 신념으로 과실치사로 생을 마감하는 내용으로 일본인에게 2차 대전이 남긴 공포와 겁쟁이의 역사를 시인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마키 이쓰마의 <사라진 남자>, <춤추는 말>은 매우 짧은 단편인데 그 중 <사라진 남자>는 당시의 사회상을 크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으로 상하이를 당한(길가는 사람을 납치해 배로 끌고 와 강제 노역을 시켜 혹사시키는 범죄로 우리나라의 새우잡이 배 노동자 착취사건과 유사) 사카모코 신타로가 사라지자 합숙소에 있던 모리 다메키치가 신타로의 나이프를 지녀 살인범으로 몰려 탈출을 위해 노르웨이 화물선에 오르고 배가 출항했으나 경찰의 무전으로 회항하자 선원들이 숨겨준다. 그곳 보일러 통에 갇혀 있던 신타로에게 자초지정을 듣고 다메카치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시 몬도의 <감옥방>은 다이쇼 시대 토목공사가 호황이던 시기 지식인을 비롯한 청년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며 과로사 당하는 학대를 조사하기 위해 내무성에서 시찰한다는 소식에 노동자들이 고무되어 참사관으로 위장한 관계자에게 사실을 마음 놓고 고발하다 처리되고 막상 참사관이 왔을 때 학대 행위가 없었다는 보고서를 올린다는 내용으로 1920년대 일본의 상황과 1960, 1970년의 국내 노동현장에서 벌어진 인권문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가장 씁쓸한 부분이었다.

 

이 서적은 저자들의 집필 당시 시대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서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전쟁의 후유증과 어려웠던 경제 상황이 소설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반전과 비슷한 충격적인 내용이 많아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좋은 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단편이지만 사건의 해결이나 결말보다 당시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큰 울림으로 남은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추리소설과 현대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서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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