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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독일의 철학박사 두 명이 공동으로 집필한 ‘대중’을 주제로 한 내용으로 대중의 개념과 역사를 설명, 분석하고 새로운 대중이 어떻게 현대사회에서 변화,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예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대의 대중 개념을 파악하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익한 서적으로 평하고 싶다.
서적은 들어가는 글, 본문 9개의 장, 맺는말로 나누어져 있다.
머리말에서는 대중 개념의 기원과 대중 개념의 특성인 집결, 지향성, 변화, 즉흥성, 육체성, 사회적 융합, 정서반응, 상대적 개방성, 폭력, 양면가치에 대해 정의하고 설명한다.
1장은 대중의 탄생에 대한 내용으로 독일 최초의 점거 농성, 1968년 파리 낭테르 대학교에서 발생한 시위, 1989년 동독시위로 인한 베를린 장벽붕괴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시위가 거대한 대중으로 성장해 역사를 바꾼 부분을 설명한다.
2장은 대중의 활동원리에 대한 내용으로 르봉의 대중 현상에 대한 학문적 설명을 서술한다. 르봉의 주장을 받아들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적 대중 이론을 적용하고 니체의 사상까지 추가하여 서술한다. 여기서 카네티가 대중의 활동구조의 형태를 설명한 부분이 가장 눈길을 끈다.
3장은 이중대중에 대한 내용으로 폭력적 정치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과의 적대적인 두 진영으로 나뉘어 형성한 대중의 양상과 모방욕구가 이중대중의 원동력의 핵심이라 강조한다. 여기서는 지라드의 모방 경쟁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을 눈여겨 볼만하다.
4장은 포퓰리즘의 주요 특성을 분석하고 난민을 차별하는 정치권인사들이 대중을 선동하는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독일의 정치에 대해 열거하며 포퓰리즘이 정치적 본질주의와 결합한 패쇄적 대중이라 비판한다.
5장은 공간에 대한 설명으로 한나 아렌트, 롤랑 바르트, 오르테가, 하이데거의 글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대중에게 공간은 비워지고 채워지고 활발히 꾸며져야 한다는 이상적인 빈 공간 이론과 대중이 공간 파괴의 집행자들이란 이론을 서술하고 자동차 박람회가 마치 종교적 숭배행사를 차용했고 축구장에서 관중에게 깔려 96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집단참사를 군중통제라는 특정한 공간 정책의 결과란 것을 설명한다. 법원은 27년이 지난 2016년 비로서 경찰투입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며 그동안 팬들의 무질서가 원인이었다는 공식적인 견해가 틀렸다고 판결한다.
6장은 가장 가독성이 좋고 흥미로웠던 내용으로 호프만, 에드거 앨런 포, 샤를 보들레르의 문학작품을 인용하면서 문학작품에서 표현된 대도시 대중으로부터 고립된 개인의 고독과 엥겔스의 사상이 담긴 기록을 인용한다.
7장은 현재를 반영한 인터넷, SNS를 통한 가상 대중이 실제의 대중으로 활동하는 내용을 타르드의 이론으로 설명한다. 2013년 우크라이나, 2013년 브라질, 2016년 서울의 광화문의 예를 들어 가상 대중이 실제의 대중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파괴력에 대해 설명한다.
8장은 고급문화에 비해 대중문화를 낮게 폄하한 비평에서 현재까지의 비평까지 설명한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의 글과 에른스트 윙거의 <노동자>에서 현대의 대중 존재를 찬사를 넘어 영웅시한다. 하트와 네그리는 행동이 아닌 사유하는 다중의 접근법으로 대중을 비평한다.
9장은 대중의 구조에 대한 내용으로 대중과 사회계층의 개념상 결정적 차이는 참가들은 사회적 경쟁에 처해져 있지 않다는 내용으로 시위에 참가한 대중들이 완전히 이질적이지도 않고 전적으로 동질적이지 않는 부분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서적 공감으로 모이는 교회의 대중행사, 열광적인 대중인 축구 팬과 IS에 가입한 대학생 등 과격 집단들에 대해 기술한다.
맺는말은 서적을 총 정리하고 새로운 대중이 어떤 양상을 띠며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예측이 드러난다.
이 서적은 대중에 대해 철학, 사회학, 정치사회학, 심리학, 문학, 역사를 총 망라해서 설명한다. 새로운 대중이 탄생하기까지의 다양한 이론과 유명인사의 견해를 인용하여 독자들을 대단히 깊은 사유의 세계에 빠뜨린다. 독일작가이기 때문에 독일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내용의 인용이 서적의 초반에는 가독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그 부분을 넘기면 저명한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이론과 저작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연륜이 있고 박식한 저자들의 글은 독일인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을 담고 있어 독자를 서적에 몰입하게 만들어 새로운 대중의 개개인인 우리의 사고를 정리시켜 준다. 현대사회가 대중에서 개인으로 변화하는 시기라지만 우리는 정치(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와 문화(BTS와 영화 기생충)면에서 대중의 힘과 변화를 느꼈다. 사회, 문화, 정치에 관심이 있고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저자의 조언이 필요한 모든 대중에게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