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하여
시몬 비젠탈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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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적은 독일의 수용소에서 유대인 저자가 겪은 죽음을 앞둔 나치군인과의 만남에 대한 내용으로 나치군인은 저자를 호출해 과거의 유대인 학살을 고백하고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는 군인의 얘기에 침묵으로 일관한 후 수용소의 유대인들과 그 내용으로 토론을 나누고 독자들에게 용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용서 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한 질문에 53명의 각 계 각 층의 생각에 대한 답변이 2부를 장식하고 있어 죄에 대한 용서에 대해 많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할 서적으로 평하고 싶다.

 

2차 대전에서 일가친척 89명을 잃은 저자 시몬 비젠탈은 폴란드의 수용소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수용소 외부의 임시병원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작업을 하던 시몬은 간호사의 호출에 의해 병상에 있던 나치 SS군인의 고백을 듣게 된다그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다른 선택으로 나치소년단에 가입하고 SS군인이 된 후 벌어진 일에 대한 카를 자신의 역사에 대해 얘기를 하며 과거 나치군 30명 피해에 대한 보복으로 창고에 300명의 유대인을 가두고 기름을 놓고 문을 잠그고 수류탄을 던지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사살하는 명령을 수행했던 카를은 창문을 깨고 나온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을 사살한 것을 고백하고 용서해 달라고 부탁한다시몬은 자신이 과연 죽은 자들을 대신해 그를 용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곳을 벗어나 수용소로 돌아와 유대인 동료들에게 그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수용소 동료들도 대부분 죽음을 당한 후 시몬은 사망한 SS군 카를의 집을 찾아가 그의 엄마를 만나 착한 아들이라 믿고 있는 카를의 어머니에게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고 돌아선다시몬은 죽어가는 SS군의 옆에서 침묵을 지킨 자신이 옳았던 것인가에 대해 고뇌하며 독자들에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하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2부는 53명의 의견을 담은 내용으로 기독교 관련 인사의 경우 용서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유대인의 경우에는 피해를 당한 당사자에게 가장 먼저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며 법적 책임과 하느님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유대인의 학살 관련 내용은 책과 방송을 통해 너무 많이 알려진 주제이다하지만 시몬이 수용소를 벗어나 거리를 지나며 나치군 무덤에 꽂혀 있는 해바라기를 보면서 죽은 군인을 부러워하는 내용임시병원인 전문기술대학에서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과거 길에서 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는 장면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그 신선한 충격을 통해 서적에 몰입하게 만든 저자는 카를과의 만남을 상세하게 기술하며 독자들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그리고 이어지는 53명의 글에서 유대인의 피해보다 많은 600만 명의 인디언의 목숨을 뺏은 미국의 초창기 백인들아프리카 흑인을 인신매매해 노예로 만든 제국주의의 백인들크메르 루즈에게 학살된 150만 명 이상의 캄보디아 백성들의 참상보스니아 인종 청소 등 지구촌에서 벌어진 절대 용서 받지 못할 범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용서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지만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용서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용서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518 광주항쟁의 피해자와 유족들정신대 할머니들강제 징용 피해자들을 대신에 가해자를 용서할 권리를 지닌 사람이나 단체는 없다고 생각한다가해자들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사법부의 법적 처벌을 받고 평생 사죄하는 삶을 보내고 사망 후 하느님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만약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하느님도 그런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절대 용서하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이 서적은 인간성을 잃은 범죄자가 죽음을 앞두고 사죄하는 경우 용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죽음을 앞두지 않았다면 그 SS군인이 유대인을 불러 사죄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진정한 용서가 아닌 자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자신과 관련이 1도 없는 유대인을 불러 자신의 범죄를 최대한 합리화 시켰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용서’ 에 대한 깊은 사유에 빠져 회색빛깔의 날들을 3일 정도 빠져 있었다독자들에게 용서의 의미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갖게 할 유익한 서적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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