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1971년 12월 24일 페루의 리마에서 푸카이파로 가는 비행기가 벼락을 맞고 추락해 91명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고에서 11일 만에 홀로 살아 돌아온 저자 율리아네의 성장과정부터 페루 다우림에 대한 사랑과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팡구아나를 보호지역으로 확대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실화이다. 17세 소녀가 밀림을 홀로 탈출하고 그 밀림의 생태계 전부를 가슴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서적으로 평하고 싶다.
2차 대전 후 독일인으로 취직이 어려운 환경에서 그의 아버지는 페루로 이민을 결정하고 여권도 없는 상황에서 국경을 탈출하며 1년 6개월 만에 1950년 5월 페루에 도착한다. 자연사박물관의 어류코너 관리직에 적은 급여에 취직을 하고 약혼녀였던 어머니는 1개월 후 도착하여 박물관의 조류코너에 취직하고 6월 24일 페루에서 결혼식을 한다. 1954년 리마에서 태어난 저자는 1968년 부모님을 다우림으로 이주한다. 부모는 그곳에서 5년간 연구를 계획하였고 다우림으로 이주하여 오두막주변을 ‘팡구아나’라 이름 짓고 불편하지만 행복한 연구생활에 돌입한다. 율리아네는 우편으로 학교교재를 받아 공부하며 정글에 대한 규칙, 법칙, 원주민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당연히 주변 다양한 생물에 대한 지식도 쌓이게 된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아 졸업시험 자격이 없다는 규정 때문에 1970년 홀로 다시 리마로 돌아가 학교생활을 하여 졸업시험을 합격하고 졸업파티를 한 다음날 어머니와 사고가 많아 아버지가 절대 탑승하지 말라던 항공사인 랜사의 비행기에 탑승한다. 1시간 거리의 비행 중 갑자기 뇌우를 만나 추락한 비행기에서 3개의 좌석과 함께 정글로 떨어진 주인공은 울창한 정글에서 구조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홀로 개울을 따라 이동한다. 물과 사탕만으로 골절과 상처를 지닌 채 이동하던 율리아네는 11일 만에 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구조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모든 승객이 사망했고 유일한 생존자가 된 그녀를 언론은 마구잡이식 추측성 기사로 상처를 주고 어머니 사체의 발견 소식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그녀를 아버지마저 비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녀가 졸업파티만 참석하지 않고 예정대로 23일 비행기를 탔거나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를 탔으면 어머니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버지의 생각은 아버지에게 큰 고통을 주고 결국 그녀를 독일로 보낸다. 독일에서 할머니, 고모와 함께 살며 대학도 진학하고 생물학을 전공하게 된 저자는 대학시절 3개월간 논문을 위한 연구 때문에 팡구아나에 돌아오고 1981년 박사 논문을 위해 1년간 다시 팡구아나에 거주하며 팡구아나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독일로 돌아와 자연사 박물관에서 도서관 관장으로 근무하며 생물학자와 결혼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1980년대부터 일어난 반정부테러가 악화되며 팡구아나의 소유권도 잃고 1984년 이후 페루로 여행조차 떠나지 못했던 율리아네는 14년 만에 당시 사고를 다룬 다큐를 제작하려는 베르너 헤어조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고 현장과 팡구아나를 다시 방문한 후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는 팡구아나를 자연보존하기 위한 사업에 뛰어든다. 결국 페루 정부에서 허가를 받고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팡구아나 주변 700헥타아르를 자연 보호지역으로 확대시킨다.
이 서적은 총 1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그녀의 밀림 탈출 여정은 예상보다 짧다. 그녀의 성장과정 중 팡구아나에서 느낀 감상과 생물에 관한 학술적인 내용이 많으며 팡구아나 생태계의 경이로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저자는 팡구아나의 보존이 얼마나 위대한 유산인가를 강조하며 자연보호, 밀림의 훼손을 중단시키려는 열정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였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밀림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죽음의 위기에서 밀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깨달은 저자가 밀림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페루의 밀림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에게 많은 정보와 서식하는 생물들에 관한 지식을 전달해 준 고마운 서적이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이 독자들을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자연과 환경 보호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큰 울림을 줄 서적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