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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삶 - 사유와 의지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푸른숲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한나 아렌트의 철학서로 아이히만의 무사유가 악의 원인이었다는 생각에서 인간의 삶에서 사유, 의지, 판단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집필되었다. <사유>, <의지> 2권을 마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의 제자이자 편집자는 저자가 강의했던 <칸트의 정치철학 강의>원고를 발췌하여 <판단>으로 마무리하였다. 이 서적은 <사유>, <의지>를 본문으로 하고 편집자의 글과 <판단>, 번역자의 해제를 부록으로 수록하여 한나 아렌트가 구성했던 3부작을 700여 페이지의 두툼한 서적으로 완성되었다. 다른 철학자의 저서보다 평이한 문장이라 한나 아렌트의 주장을 이해 하기는 쉽지만 책에서 인용하고 고찰하는 다수 철학자들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 인용문에 대한 고찰부분이 독일인 특유의 현학적이고 긴 문장의 나열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경우나 인용한 철학자들의 저서를 접하지 않은 독자들의 경우에는 해제를 몇 차례 읽은 후 본문을 차분하게 읽는다면 가독에 도움을 줄 것이며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철학은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삶의 의미에 관한 깨달음의 시간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한나 아렌트 철학에 입문하기에도 적당한 도서로 <정신의 삶을 추천하고 싶다.

이 서적의 1권은 <사유>이다. 정신활동 중 가장 중요한 사유는 경험에서 발생하며 자신을 자아에게 드러내지만 외부에 드러내지 않지만 삶의 과정에서 지속되는 유의미한 정신활동으로 사유는 현상세계를 이탈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정신활동으로 만난 사유이기에 인간 다원성의 다른 표현을 사유라 할 수 있다. 1권 1장, 2장에서는 칸트, 데카르트, 헤겔, 하이데거의 저서에 대한 고찰에 대한 동조와 반박의 형식으로 현상, 현상세계속의 정신활동에 대한 내용을 나열한다. 3장에서 소크라테스를 고찰하며 자신의 스승이었던 하이데거의 <사유란 무엇인가> 인용문을 등장시켜 저자의 주장을 공고히 한다. 결국 “사유와 고찰 활동이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란 소크라테스의 주장이 주제라 하겠다. 4장은 사유가 일상을 벗어난 ‘이탈’이며 현존하거나 가까이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이탈했다가 다시 현상세계로 복귀한다. 현재는 사유의 연쇄가 일어나는 시점이며 저자는 이것이 사유하는 우리가 머무는 장소를 발견한다고 표현한다. 4장의 후기에서는 2권에서 소개할 “의지”, “판단”에 대한 내용 중 주제를 제시한다.

2권 <의지> 1장에서는 정신활동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관계를 언급하며 칸트, 니체, 하이데거, 헤겔의 고찰을 통해 철학자들의 의지철학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며 자유의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피력한다. 2장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사도 바울, 에픽테투스, 아우구스티누스의 의지이론을 제시하는데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을 가장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의지의 내적 갈등이 ‘사랑’의 변형을 통해 해결된다고 주장하며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장 의지와 지성에서는 지성의 우위성을 주장한 토마스 아퀴나스, 의지의 우위성을 주장한 둔스 스코투스의 고찰을 다루어 의지는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기 때문에 힘이며 강력한 ‘나는 할 수 있다’라 정의한다. 그리고 사랑은 사실상 욕구나 필요를 비우고 정화시키며, 그 의지 능력은 사랑 속에서 순수한 활동으로 변형된다는 주제를 피력한다. 4장 결론에서는 1절 칸트, 2절 니체, 3절 하이데거의 주장을 소개하며 의지의 자유에 대해 해석하며, 자신의 결론을 내린다. 정치적 자유는 분명히 ‘나는 할 수 있다’특성이라는 점에서 철학적 자유와 다르며 정치적 자유는 외직 인가의 다원성의 영역에서만 가능하다 주장한다.

부록1 <편집자의 발문>에서는 편집자가 이 서적을 완성하기 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과 노고가 들어있다. 이 서적의 본문도 편집자가 한 문장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2~3 문장으로 나누었다는 내용과 인용한 서적과 시의 번역을 위해 독일어까지 학습했다는 내용이 감동을 준 부분이었다.
부록2 <칸트의 정치 철학사 강의>는 저자가 마무리하지 못한 <판단> 부분을 대체한다. <사유>, <의지>에서도 ‘판단’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지만 이 파트에서는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강의의 주제로 삼아 칸트의 서적에서 제시한 판단력 비판을 취미 비판으로 부르고 판단을 단순히 사유의 부차적인 것으로 이해하거나 실천적으로 이해하는 입장을 비판하고 행위적 자율성과 기준의 근거 미와 관련해 칸트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계승한다.
마지막 부록 부분은 번역가의 해제는 서적과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번역가의 오랜 연구가 빛을 발한 부분으로 반드시 읽어야만 할 내용으로 추천하고 싶고 책의 핵심을 정리한 두 문장을 소개한다.
P 702 나와 나 자신 사이의 소리 없는 대화인 ‘사유’는 인간의 기본활동일 뿐만 아니라 악행을 제약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립적이고 자율적인 두 요소들 사이의 투쟁인 의지는 사랑으로의 변형을 통해 대인의 성격(품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특수성을 통해 일반성을 확립하려는 내재적인 논쟁인 판단은 인간애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 서적은 정신활동인 ‘사유’, ‘의지’, ‘판단’이 어떤 특성을 지닌 정신활동이며 서로 어떤 관계인가를 다수의 철학자들의 주장을 분석, 고찰하여 설명한다. 저작 배경에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연구가 바탕에 깔려 있어 세 가지 정신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치적인 삶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 서적이라 하겠다. 모든 사람이 행위, 언어 표현이나 결정에 앞서 ‘사유’, ‘의지’, ‘판단’을 반드시 거친 후 행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얻을 수 있다. 한나 아렌트의 정치 철학이나 인생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신활동(사유, 의지, 판단)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