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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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적은 논픽션으로 2009년 6월 트링 박물관에서 발생한 새의 가죽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저자는 우연히 플라이 낚시를 하다 도난사건의 주인공인 에드윈이 플라이 타이어를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 박물관을 홀로 침입해 훔쳤다는 얘기를 듣고 그 사건을 추적하며 도난 과정과 체포 후 플라이 타이어계의 반응과 재판 결과를 담고 있어 소설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일련의 사건의 흐름을 다루어 많은 독자들에게 환영받을 서적으로 평하고 싶다.

 

서적의 시작은 다윈보다 진화론을 먼저 발표했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는 엘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8년간의 원정을 다룬다당시 다윈이 2주간 월리스의 편지(진화론에 관한)를 숨긴 사실 때문에 다윈은 남의 업적을 가로챘다는 의심도 받는다하지만 당시 금 수저 출신의 다윈이 흙 수저 출신의 월리스보다 우의에 있었고 월리스도 큰 반발이 없었다고 한다그 월리스가 목숨을 걸고 갖고 온 조류의 가죽 표본이 2차 대전 당시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운영하던 트링에 보관 되었다.

 

에드윈은 우수한 두뇌의 부모로 인해 자유로운 교육방식인 홈스쿨링을 하며 플루트 연주자로 성장해 간다어느 날 비디오에서 본 플라이의 이름다움에 반해 부모를 졸라 동생과 함께 플라이 수업을 받게 된다플라이 타이어대회에 출전한 두 형제는 대회장에서 아름다운 깃털을 지닌 플라이 샘플을 보고 자신들이 만든 플라이가 보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아름다운 조류의 깃털로 만든 플라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가의 깃털을 구입해야 하는데 1900년대 초 여성 모자의 장식용으로 극락조와 같은 조류들의 깃털을 사용하면서 희귀 동물과 조류의 포획이 금지되어 예전의 모자나 남미나 동남아시아에서 불법으로 포획한 깃털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2007년 영국의 왕립음학원에 합격한 에드윈은 플루트 못지않게 열정이 넘치던 프라이 타잉을 위해 트링 박물관에서 조류 깃털을 훔치기로 마음을 먹는다결국 299점의 조류 가죽을 훔친 에드윈은 플라이 타잉 사이트에 깃털 혹은 통째로 판매하다 507일 만에 검거된다이미 299점 가운데 온전한 형태는 174마리였고 그 중 이름표가 붙은 것은 102마리에 불과했다다윈과 월리스의 과학적으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표본의 대부분을 훼손시킨 에드윈은 재판에서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서를 제출하고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며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저자는 플라이 타잉 업계를 조사하며 판매되지 않은 깃털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에드윈의 조력자들을 찾아내고 에드윈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돈을 노리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범행을 했으며 지금도 새의 깃털이 박물관에 있느니 몇 점만 남기고 판매를 해 플라이를 만드는 게 불법 포획을 막는 방법이란 주장을 듣고 아연 실색하게 된다과연 저자는 숨겨 둔 가죽과 공범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서적에서 월리스의 업적을 나열했지만 그도 돈과 명예를 목적으로 8년간 밀림에서 많은 동물과 조류를 사냥을 했다자연에 있어야 할 생물을 전시하거나 명품을 만들기 위해 사냥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가죽제품을 사용하는 나 자신도 반성을 하게 되었다낚시의 미끼인 플라이를 좀 더 고급스럽게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멸종 위기종인 극락조집까마귀불꽃바우어 같은 조류의 깃털을 훔친 에드윈의 교활함과 탐욕은 플라이 타이 업계 모두가 공범이란 생각이 든다분명 돈을 목적으로 훔친 에드윈을 가볍게 처벌한 법정이 다른 박물관의 도난을 방조한다는 씁쓸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이 서적은 299종의 조류 가죽을 훔친 에드윈의 범죄와 플라이 타이를 직접 만들고 수집하는 인간들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생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든 고가의 제품이나 명품을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동물보호 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일 우수한 작품이라 하겠다무의미한 살생에 대해 많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해 줄 서적으로 가독성도 우수하고 고고학자들의 추천을 받을만한 내용이 많아 올해 꼭 읽어 봐야 할 서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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