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주 돌집 - 바람이 위로하고 달빛이 치유하는
브렌다 백 선우 지음, 최소영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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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70대 부부가 제주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아무리 백 세 시대라지만 그 연세에 제주도에 정착해 집을 지었다고 하니 대단해 보이는데요. 제주도에서 집을 지으려면 모든 재료를 육지에서 공수해 와야 하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들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집 짓기를 70대에 해내다니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제주 전통 가옥을 지었군요. 아담하고 예쁩니다.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다가 제주에 관심을 갖고 2007년부터 해녀에 대한 조사와 취재를 통해 '제주의 바다 할망'이라는 영문 도서를 냈습니다. 이 책은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하네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제주 해녀에 대해 들어왔기에 그렇게 큰 가치가 있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외국인 눈으로 본 해녀들의 삶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저자는 그 지역민만 지역을 지키고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주도의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편리함만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대목이네요.

저자의 이름은 '브렌다 백 선우'입니다. 브렌다는 영어 이름 같고, 백선우는 한국 이름 같은데 이상하다 했더니 재미교포군요. 재미교포니 외모도 한국인과 비슷할 테고 한국말도 잘할 테니 외국인은 아니구나,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재미교포 3세입니다. 이 정도면 외국인이라고 봐야죠. 실제로 저자는 한국어 실력이 초, 중급 정도여서 집을 지어준 시공자와 카톡으로만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전화로는 의사소통이 안 되니 번역기를 돌려 카톡으로 대화를 한 것이죠. 이 시공 기간이 일 년이 걸렸다니 그동안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을지 짐작이 됩니다.

저자는 제주에서 살면서 느낀 점을 담담하게 써나갑니다. 한국어 실력이 서툴다는 고백에 걸맞게 책에 나오는 문장이 영어식인 경우가 많아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런 문장들도 저자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놀라는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해 감탄하고, 치안이 좋은 한국에서 도둑이나 강도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산책합니다.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정을 느끼는 대목도 참 보기 좋네요.

독립운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무덤도 찾고 국가유공자의 후손으로 등록해 한국 국적도 취득합니다. 제주를 위해 힘썼던 외국 수녀님들의 발자취도 찾아보고 제주도의 학교에서 봉사활동도 합니다.

이런 많은 일들을 노년기에 해내면서도 앞으로 제주에 정착할지 또 다른 곳에 가서 살아갈지 알 수 없다고 하는 저자의 도전정신이 참 대단해 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주에 지은 집 사진이 거의 나오지 않아 궁금했는데 책 마지막 부분에 사진이 몇 장 나오네요. 아담하고 예쁘게 잘 지은 집입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좋은 집이네요. 제주의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면서 사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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