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크기 #허블 #서평단행복의 반대말은 '안 행복' 아닌가?그즈음 나는 '안'이라는 부정 표현에 제법 익숙 해져 있었다.안 갈 거야. 안 잘 거야. 안 먹어. 안 놀아. 안 해..친구들이 곧잘 하던 말이었는데, 자신들 삶의 기준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면 너무 과한 의미 부여일까? 결과만 놓고 보자면 꼬마들이 '네'라 할 때보다 '아니요'라 했을 때, '응'보다는 '싫어'라는 대답을 던졌을 때, 어른들의 반응이 더 구체적이었던 건 사실이다.P.11여기, 설우가 있다. 약속된 불행은 한번에 닥치는 건지 서른한 살이 된 설우는 연인과의 이별, 그리고 직장에서의 권고사직을 동시에 겪게 된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흑호동‘으로 이사를 가는 설우. 그곳에서 난생 처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새로운 인연을 맞닥뜨리는데..평생을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안 행복‘ 상태를 기준점으로 살아온 설우. 그녀가 행복의 문턱에서 늘 발을 멈춘 상태로 살아온 이유에는 ‘조‘ 가 있다. 태어나지 못한 ‘배니싱 트윈’ 조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푸른 빛의 형체로, 오직 설우 곁을 맴돈다. 설우는 ‘조’의 형체를 감응하며 죄책감을 안고 욕망하지 않는 주체로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의 커다란 변곡점을 겪게 된 서른 하나의 설우에게 조는 이전과는 다르게 살 것을 부추기고, 흑호동에서 설우는 자신이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점차 되찾는다.‘당신도 행복 때문에 불안해야 해요. 욕심 때문에 힘들어지세요.’상실의 두려움을 비로소 통과해 욕망을 하는 주체가 되는 과정. 작가는 청소년기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설우의 인생 전반에 걸친 사건들을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서 설우의 상처에 새살이 차오르는 과정을 담담히 묘사한다. 극적인 만남과 사건은 없지만 깎아내기만 했던 설우의 내면이 차오르는 과정은 따듯하다. 그 만남들 끝에 부디 설우가 불안해지길. 욕망때문에 떨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