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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
로저 스크루턴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11년 7월
평점 :
책을 읽으며 저자가
너무 욕심을 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크게 세 분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들어가는 글 격인 권두부록에서는
철학자들에게 와인이 어떤 의미인지 다루고 있고,
1부에서는 와인을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2부에서는 철학자로서 자신의 관점을 주로 다루고 있다.
철학자와 와인 부분은 철학자들에게 와인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고,
1부의 와인에 대한 접근도 새로워 좋았는데,
2부는 뭔가 부조화스럽다.
아마도 기존의 글을 수정해 덧붙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2부를 없애고, 1부에 철학적 논의를 조금 더 살짝 얹어 놓고 마무리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1부에는 자신이 와인을 가까이 하기까지의 과정과
지역별, 나라별 와인에 대해
통사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나라, 그 지방의 사회 문화적 정보, 정치적 배경들과
접목해 와인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발전해 왔으며,
현재 어떠한 시도를 하고 있는지까지...
와인에 대한 간추린 역사서라 할 만하다.
하지만 2부를 읽어나가면서
이런 내용이 이책에 실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의식과 존재, 불평, 폭음 등 저자의 견지를 펼쳐나가다가
참 와인 책이지 하면 간간이 와인이야기를 끼워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옮긴이의 말에 보면
저자가 자신을 개방하고 외부세계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최심의 첫걸음을 와인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2부의 내용이 과연 이에 부합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 역시 영국인으로서, 와인 애호가로서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장 영국스러운 생각으로 와인이 최고인양 풀어나간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두부록과 1부만으로 이 책이 이루어졌다면
더할나위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