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환경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가을, 옷장을 정리하다가 문득 마음을 먹고야 말았다.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철마다 꺼내지만 입지 않고 다시 넣어두는 옷이 여러 벌이다. 옷은 정말 차고 넘치게 많았지만, 막상 입을 옷은 늘 없었다. 옷장 속 묵은 냄새를 머금은 옷들을 빨래하고 햇볕과 공기를 쐬주다가 다시 일정한 모양으로 개키기를 여러 번. 비슷한 옷을 정리하다 지쳐버렸다.

“아니, 무슨 옷이 이렇게 많지?”

그러다 홧김에 결심해 버리고 만 것이다.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옷장에 있는 옷들을 잘 입은 뒤, 버릴 건 버리자고. 1년 뒤에는 몇 년이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사서 오래오래 입자고. 때마침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플라스틱이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행에 맞춰 계절마다 옷을 살 것이 아니라,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오래 입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이며 옷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 결심은…. 3개월도 못 가 무너졌다.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옷이 많은지, 그리고 왜 내 옷장 속 옷은 그토록 시시한지. (사실 입는 내가, 내 마음이 시시해서 그런 걸 수 있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면 다른 부분으로 덧씌우고 포장하기 마련이니까) 박성우 작가의 책 <아홉 살 환경 사전>을 읽는 내내 그때의 실패한 결심이 떠올랐다. 책에는 ‘늦추다’, ‘줄이다’, ‘바꾸다’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단어를 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이 의미를 담아냈다. 예를 들어 ‘결심하다’라는 단어에는 이런 문장들이 따라온다.

- 수돗물을 아껴 쓰기로 다짐하기 ‘샴푸도 조금씩만 써야지.’

- ‘사 놓고 안 쓰는 물건이 많네.’ 앞으로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겠다고 생각하기




왼쪽 페이지에는 이렇게 단어와 그 의미를 담은 문장들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문장과 어울리는 귀엽고 따뜻한 그림이 함께한다. 가령 ‘경이롭다.’를 담은 페이지에는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를 한껏 껴안은 아이가 감탄하고 있는 그림이 담겨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느껴졌다. 눈에 안 보이는 마음을 말로 다듬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건,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고민하는 과정일 수 있겠다는 것을.



책에서 한 어린이는 이렇게 말한다.

“사소하지만 이런 것도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겠지?”

이번엔 ‘옷을 사지 않겠다’는 어려운 결심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차근차근 모아가며 살아가야겠다. 조금 무겁더라도 물병을 챙기고, 입지 않는 옷은 나누고, 버려야 할 것에는 새 용도를 생각해 보기(버리게 될 물건은 애초에 사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한 단어씩, 환경을 위한 작은 걸음을 함께 걷기로.

환경에 대한 생각은, 마음속에 물음표 하나를 남겨두고 계속해서 신경 쓰는 일인 것 같다. 명확하게 답할 수 없더라도, 그 물음표 하나로 나는 또다시 한 단어를 실천해 본다.

오늘은 ‘노력하다’, 내일은 ‘나누다’, 그리고 언젠가는 ‘바꾸다’일지도.



+ 예쁘지만 멈추는 마음!

#박성우작가

#아홉살환경사전

#창비

#좋아해서남기는

#책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