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옷장을 정리하다가 문득 마음을 먹고야 말았다.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철마다 꺼내지만 입지 않고 다시 넣어두는 옷이 여러 벌이다. 옷은 정말 차고 넘치게 많았지만, 막상 입을 옷은 늘 없었다. 옷장 속 묵은 냄새를 머금은 옷들을 빨래하고 햇볕과 공기를 쐬주다가 다시 일정한 모양으로 개키기를 여러 번. 비슷한 옷을 정리하다 지쳐버렸다.
“아니, 무슨 옷이 이렇게 많지?”
그러다 홧김에 결심해 버리고 만 것이다.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옷장에 있는 옷들을 잘 입은 뒤, 버릴 건 버리자고. 1년 뒤에는 몇 년이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사서 오래오래 입자고. 때마침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플라스틱이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행에 맞춰 계절마다 옷을 살 것이 아니라,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오래 입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이며 옷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 결심은…. 3개월도 못 가 무너졌다.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옷이 많은지, 그리고 왜 내 옷장 속 옷은 그토록 시시한지. (사실 입는 내가, 내 마음이 시시해서 그런 걸 수 있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면 다른 부분으로 덧씌우고 포장하기 마련이니까) 박성우 작가의 책 <아홉 살 환경 사전>을 읽는 내내 그때의 실패한 결심이 떠올랐다. 책에는 ‘늦추다’, ‘줄이다’, ‘바꾸다’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단어를 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이 의미를 담아냈다. 예를 들어 ‘결심하다’라는 단어에는 이런 문장들이 따라온다.
- 수돗물을 아껴 쓰기로 다짐하기 ‘샴푸도 조금씩만 써야지.’
- ‘사 놓고 안 쓰는 물건이 많네.’ 앞으로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겠다고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