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고흐
느낌
평점 :
절판


아이들 방에 액자를 걸어 주려고 어떤 게 좋겠냐고 했더니 딸아이는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를, 아들놈은 고흐의 이 그림을 선택했다. 고흐의 작품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 그림이 아들의 눈에도 좋아 보였나 보다. 나 역시 좋아하는 그림이라 기쁘게 주문했다.

오늘 도착한 물건을 보니 생각보다는 무거웠다.
주문할 때 생각하기로는 그냥 얇은 베니어판에 끝부분에 지지대를 댄 평범한 액자 모양이 아닐까 했는데 1cm 두께의 통짜 압축판이었다. 묵직하고 뒷판의 코팅도 고급스러워 전체적으로 싸구려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림이다.
나는 종이에 인쇄된 그림에 비닐로 코팅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아크릴지 같은 재질에다 바로 인쇄된 것이다. 어떤 것을 연상하면 되냐 하면 비닐로 된 마우스패드나 아니면 비닐로 된 식탁용 깔판 같은 재질이다. 그래서 그림이 약간 뿌옇게 보이고 산뜻한 느낌이 살지 않는다. 조금 답답한 느낌이다.

더 큰 문제는 색감이다.

물론 내가 이 그림의 원본을 보지 않아서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본 바에 의하면 이 그림의 파랑은 짙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파랑이다. 그리고 노랑 역시 순수한 노랑색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액자에서는 전체적으로 녹색의 프리즘을 통해서 본 그림같다. 그냥 색이 흐린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림에 녹색조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이 그림에서 파란 색이 주는 차갑고도 웬지 모를 불안감과 노란색이 주는 밝고 환한 느낌이 모두 뭉뚱그려져서 원래의 그림에 있던 한편으론 불안하고 한편으론 들뜨게 하는 느낌은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달빛이 고요히 흐르는 편안한 밤 풍경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게 고흐의 그림이 맞나 ㅠ.ㅠ

액자를 주문했던 것은 뭔가 그럴듯한 장식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미술 작품을 좀 더 가까이 접하게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이건 고흐의 작품이 아니다. 그냥 아트버스의 작품이다.

물론 1만원이라는 저가격에 이런 액자를 구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차라리 가격이 2만원이더라도 원작의 느낌이 분명히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 난 그것을 택했을 것이다.

집안이 허전해서 액자를 통해서 장식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구입해 볼만하다. 1만원의 장식품으로는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책에 있는 조그만 그림들로만 명화의 감동을 느끼기엔 부족함을 느껴 좀 더 큰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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