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괜찮은 별명 아이세움 저학년문고 1
조성자 지음, 송혜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별명이 괜찮은 게 어디 있어? 난 다 싫던데..."
둘째 녀석이 책을 받아들며 한다는 소리는 이랬다. 아마 녀석에겐 표지 그림부터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미래엔 아이세움에서 나온 저학년문고 그 첫번째 책은 조성자님이 글을 쓴 < 썩 괜찮은 별명 >이다. 그림은 송혜선님이 그리셨다.
겉표지에는 두 녀석이 나오는데 한놈은 늑대나 여우 모습을 둘러쓰고 있고 한 놈은 얼핏 봐도 돼지형상이다. 그러니 우리집 작은 돼지가 표지부터 마음에 안들어하는 이유는 물어보나 마나 한 일. 별명이란 놈은 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내가 지어 부를땐 재미있는데 남이 써 먹으면 기분이 그닥일때가 많다. 둘째녀석도 '돼지'라는 별명으로 가끔 불리기 때문인지 유독 이 낱말에 민감하다. 표지와 제목만 봐도 두 녀석들이 한 놈은 돼지로 불리고 한놈은 늑대로 불리겠구나 짐작하게 한다. 별명을 소재로 삼아 친구들의 우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서로 아프고 불편하고 싫은 구석들을 예쁜 마음들로 물리치는 귀여운 녀석들의 이야기 셋이 실려있다.


글을 쓰신 조성자님은 몇해전 <동화작가 조성자의 엄마표 독토론>이란 책에서 만난 기억이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쓰실 분이라는 믿음이 들어서 그 이름 석자가 반가웠다. 별명 하나에 울고 웃는 아이들 이야기를 즐겁게 담아내셨다.

 

별명은 참 재미있다.  어떤 아이들은 그 별명 하나 얻고 싶어 안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싫어서 몸서리 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 어릴 적엔 전자에 가까웠다. 내 별명은 이름을 조금 변형한 생각보다 밋밋한 별명이었다. 그래서 마음에 안들었다. 내 개성을 담뿍 담아 부르기만 해도 나를 특정지을 수 있는 그런 독특한 별명을 원했지만 내겐 그건 바람뿐이었다. 희얀한 별명, 행동을 콕 집어 만든 별명, 얼굴과 쏙 빼닮은 별명, 성격을 고스라니 담아낸 별명들... 그 가운데 하나 얻고 싶었던 나는 너무나 평범하여 애만 태웠더랬다. 조성자님도 작가의말에 이리 덧붙이신다.
- 혹시 여러분에게 별명을 만들어 준 친구가 있다면 고마워해야 합니다. 그만큼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니까요 -


그 관심, 애정이 담뿍 담긴 것이라면 더없이 좋겠다. 돼지라는 말만 스쳐지나도 몸을 부르르 떠는 둘째 녀석이지만 아빠가 붙여준 별명인 '꽃돼지'에는 즐거워하는 얼굴빛을 보인다. 사랑과 관심이 담긴 별명이라면 언제 들어도 좋다. 물론 듣기에 썩 좋지않은 별명도 참 많지만, 친구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 따듯한 녀석들의 별명들을 살펴보다보니 돼지, 늑대, 땅콩 요딴 별명도 썩 괜찮은 별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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