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4
무르티 부난타 글, 하르디요노 그림, 김정희 옮김 / 현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9세어린이와 독서지도(map)를 꾸려본 적이 있다.

읽은 책의 지은이가 태어난 고향을 세계지도에서 찾아내 표시해보며 자신만의 독서이력을 쌓는 것인데,

지은이가 태어난 곳이 불분명하다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찾아 표시해보는 것으로도 꾸려보았다. 이 작업은 오지로 한발 내딛는 것 같은 느낌을 9세어린이에게 갖게 했다고 생각한다.

주로 대한민국의 창작책을 읽어오던 그녀는 자신의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다음에는 다른 나라 사람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생기게 했다고나 할까?

 

백석시인의 < 개구리네 한솥밥 >을 읽고 북한에 처음으로 스티커를 붙여본 날.

무척 뿌듯해하고 신기해하던 일이 떠오른다. 오늘 함께 나눈 책은 지은이 이름부터 새롭다.

무르티 부난타 글 / 하르디요노 그림  [ 현북스,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 낮과 밤

 

이 책을 접하며 처음으로 9세는 독서세계지도 안에 인도네시아를 찾아 스티커를 붙였다.

인도작가, 인도이야기는 처음이란 이야기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동화작가로 알려진 무르티 부난타의 < 낮과 밤 > 에는 인도네시아의 자연이 고스라니 담겨있다. 그들의 자연과 그 속에서 꾸려지는 삶이 세심하게 살아있으면서도 매우 환상적인 그림으로 펼쳐진다.

 

" 해가 화가 난 것 같아 " 라는 말이 아이들입에서 절로 나오게 만든 표지그림은 붉은 태양이 얼굴을 찌푸린듯한 무언가 편치않은 모습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화를 내는 대상일까? 화를 내는 무서운 대상일까? 아이들과 궁금증을 한아름 안고 책 속 여행을 시작해본다.

 

 

 

인도네시아의 한 마을에 마사라세나니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아내와 두 딸과 함께요.

마사라세나니 가족의 하루일과는 주로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원시인과 부족, 토착민, 인더언, 아프리카사람 이 단어는 거의 한 단어로 인식되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건 분명하니 요즘 사람은 아니구나 정도만 7세와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요즘엔 우리가 직접 채집, 수렵,농사를 지으며 수확을 하는 삶이 아니니 이런 작업이 필요없는데.. 또 대체 무얼하는 모습일까 궁금함이 커진다.

네가 엄마아빠가 번 돈으로  마트에 나가 카트에 물건을 담는 아주 간단한 생존활동을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했다고 이야기해본다. 아주 힘들겠단다. 그렇지. 먹고사는게 이리 힘든일인데, 그걸 몸으로 느끼지 못하면 태만해지는 거다. 비만해지는 거고. 우후훗.

 

하지만 매일같이 쉬지 않고 일해도 먹을 거리는 늘 부족했어요.

낮보다 밤이 훨씬 길었거든요.

 

​아주 오랫동안 그래왔다고 한다. 그래서 늘 먹을거리가 부족하고 배고픔이 만연한....

용기있는 자, 마사라세나니는 그래서 태양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결심했단다.

이 부분에서 9세어린이는 코웃음을 친다.  태양을 어떻게 만나, 만나러 우주선타고 가도 타죽을껄?

아직 덜 영글은 7세는 " 오~ 그래서~ 어떻게 됐대? " 아직 동심이 살아있다. ㅎㅎㅎ

 

 

 

마사라세나니는 우연히 태양이 어디에서 떠오르는지 알게되고 덫을 놓아 태양을 잡을 생각을 한다.

잡아서 삶아먹으려는 건 아닐테고 우선 만나서 이야길 나눠볼 요량이 아니였을까 싶다.

사람은 생각처럼 그리 악하지 않다.

 

우리는 태양을 만나게 되면 어떤 말을 먼저 건네게 될까?

나는 말문이 막혀 잠시 정적, 그 후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댈 거고, 7세는 자길 태워달라고 한단다..-_-;;;;;

9세는 여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코웃음. ㅎㅎㅎ

 
덫을 놓은 뒤 마사라세나니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마사라세나니와 두 달은 사고야자나무 가루를 얻으려고 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해가 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가루를 모았어요.

그런데 무슨일이.....

 

그렇다. 어처구니 없게도 덫에 걸린 태양.

그렇다면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겠지? 밤은 없고 낮만 계속되는 상황.

 

마사라세나니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낮이 길어진 덕분에 먹을거리는 넉넉하게 구할 수 있었지만,

태양이 여전히 덫에 걸려 있었으니까요.

자신이 태양을 풀어 주어야 태양이 제 역할을 해서 낮과 밤이 번갈아 올 수 있으니 말이에요.

 

이 뒤에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의 현명함이 속속나오긴 하지만, 참 마사라세나니에게 감탄한 구절이다.

낮과 밤이 오고 가는게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욕심을 내세워 거스르게 한다면 어찌 될지 그 뜨거운 낮을 겪어보지도 않고 마사라세나니는 그 후에 닥칠 일들을 걱정하며 제위치로 돌려놓을 생각을 꾸린다.

사람은 자연을 파괴할때, 어떠한 근사한 명분을 세워놓고 이건 파괴가 아니라 개발이며 문명이다 라고 한다. 우리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몇년 앞만 내다본 결과라고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좋자고 사람이 파괴한 자연, 온통 뒤죽박죽 거슬러놓은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많은지 반성해야할 때다.

 

그럼 이제 마사라세나니와 태양의 첫 만남을 살펴보자.

 

 

 

태양은 자신을 잡기위해 덫을 놓아 자신의 발을 묶어 아프게 만든 사람을 미워할까?

결론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다. 자연은 현명하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덫을 놓은 사람, 그 사람인 걸 잘 안다.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태양. 그와더불어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이야기까지 해준다.

 

 

" 조심해요, 마사라세나니. 나에게 가까이 오려면 등을 돌린채로 와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내 얼굴에서 나오는 강한 빛에 타 버리고  말 거에요. 내 주변의 나무들처럼."

 

아~ 진짜. 너무 착해빠지잖아.

사람이고 자연이고 너무 다 착해빠졌자나. 요즘은 이렇게 살면 절대 살아남지 못한대자나.

 

서로 이야기를 나눔으로 자연과 조화롭게 살게 되는 인도네시아의 사람들.

우리 옛조상들의 삶도 이러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가는 '조화'를 모른채, 혹은 알지만 등돌린채 살아가고 있다.

 

 

 

태양이 비추는 빛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그림을 자세히보며 저건 뭘까 생각해보니, 인도네시아의 원주민들의 감사표시 같은게 아닐까한다.

제사를 지낸다고나 할까? 외쿡의 추수감사절 같은 의미가 아닐까? 우리의 추석같은 의미가 저 그림에 담겨있는 것 같다.

 

자연도 사람도 자신들만의 삶을 꾸려가는 방식이 있다.

이것을 잘 맞추어 조화롭게 함께 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자연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도 아니고,

사람은 그렇게 악한 존재가 아니게 될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우리 친구들이 좋아하는 콩쥐팥쥐나 팥죽할멈과 호랑이 같은 인도네시아의 전래동화다.

내려오는 이야기를 새롭게 꾸며낸 글이다.  아이들과 전래동화를 나누는 즐거움은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고 또 선과악의 대비가 분명하며 기승전결이 뚜렷하기때문일텐데, 이 < 낮과밤 > 역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한 글이다.

여러 명작, 각국의 전래동화들을 섭렵하였지만,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 이야기는 아직 모르겠다는 친구들은 무르티 부난타의 < 낮과밤 >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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