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계산기 - 5인 동화집 햇살어린이 21
김말랑 외 지음, 신나경 그림 / 현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 눈높이로 아이들을 생각하며 엮은 책이란 어떤 걸까 생각해봅니다. 안그래도 학교에서 매일같이 모르는 거 배우랴 힘든 아이들이 책읽기에서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로 마주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책읽기 싫어! 책 싫어!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요.

 

우리 나라 젊은 작가들이 모여 지금의 아이들을 이야기한 창작동화집이 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 이해못할 이야기, 딴나라 이야기가 아닌 내 친구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 우리집, 엄마아빠 이야기가 담긴 쉬운(?) 묶음책입니다. ​ 쉽다는 이야기를 하며 물음표를 담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별다른 배경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친숙한 소재를 다룬 동화이지만, 글밥은 조금 많다는 것이지요.

초저학년 친구가 혼자보기에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엄마와 함께 읽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러울 것도 같습니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와 글밥이 많은 책은 서로 함께 읽기를 하는편인데, 현북스의 햇살어린이동화 < 친구계산기 >는 혼자 읽으며 키득키득 했다가 눈시울도 적셔보고 왠지 그러는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총 다섯 편의 짤막한 이야기가 담긴 5인동화집 < 친구계산기 > 를 소개해봅니다.

 

친구계산기 - 김말랑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 - 김현주

나만의 스타를 위하여! - 서미현

옆집 살마(?)들 - 황지영

쩍! - 이은조

 

다섯명의 젊은 작가님들이 빚어낸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어떤 즐겁고 재미난 혹은 가슴찡한 이야기들이 있을지 하나하나 가볍게 살펴보도록 할께요.

 

 

 

 

이름에서부터 무언가 말랑말랑 재미있는 생각이 가득할 것 같은 김말랑 작가의 < 친구계산기 > 는 현북스 햇살어린이동화의 스물한번째 책 제목이자, 다섯편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나의 소중한 친구, 내 친구가 되어줄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민우의 엄마는 어디서 귀한 걸 구해왔다며 민우에게 < 친구계산기 > 라는 걸 들이댑니다.

이 기계에 친구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입력하면 그 친구가 내게 도움이 될지 어쩔지 수치로 나타내준다고 해요. 재미삼아 이런 상상 해본 적 있을 듯 한데요, 아이들이 솔깃해할만한 소재인듯 해요.

재미있잖아요? 어릴때 아이큐 테스트 한다며 계산기로 친구 머리를 퐉!! 대게 < 0 > 이 나오곤 했는데 말이죠.  친구들끼리 " 너 아이큐가 제로래~! " 라며 깔깔거리고 놀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엇비슷한 농담거리같은 재미거리가  현실속에서 어른의 이해타산과 만나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엄마가 시크릿이라며 들이댄 이 < 친구계산기 > 당연히 궁금해지겠지요. 여기에 입력하라는 친구의 정보는 조금 황당합니다.

성적, 외모,가정환경,지능지수 따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제공되는 기계랍니다. 민우의 < 친구계산기 >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일까요? 공부는 잘하지만 잘난 척만 하는 아이, 저만 아는 아이, 친구를 무시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높은 점수를 받고 민우가 ' 꼭 사귀어야만 하는 친구들' 이라고 기계는 말합니다.

 

 

 

 


+85점 : 도움이 되는 친구

+91점 : 둘도 없는 친구

+100점 : 최고의 친구

 

이렇게 점수가 높은 친구들과 사귀어야한단 생각에 사로잡힌 민우는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갑작스레 친구가 되기엔 너무 어렵습니다. 무언가 삐그덕삐그덕 맞지 않는 느낌만 받았을 뿐이지요.

그 사이사이, 민우의 오랜 친구 정태와의 관계가 스멀스멀 수면위로 올라옵니다. 정태와는 며칠전 사소한 일로 다투고 서먹한 상태이기에 민우는 더 간절한 마음으로 다른 친구를 찾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계에서 알려준 민우의 < 최고의 친구 > 는 민우를 하찮게 생각합니다.

이상하죠? 기계의 말대로라면 둘은 최고의 친구가 되어야하는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여기서 민우의 기계에서 백점만점을 받았던 친구, 같은 반 상훈이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모르겠냐? 더하기의 반대는 빼기잖아. 너한테 내가 도움이 되는 친구라면

넌 나한테 도움을 받는 친구가 되는 거야. 나한텐 도움이 될 게 없다 이거지. 그게 당연하잖아? "

 

과연 그럴까요? 도움을 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어려움을 살피고 그 아픔을 보듬어주고 추억을 함께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친구관계에 이해득실이 들어가면 정말 기계의 연緣이 되는 것이겠지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아니라, 기계(필요가치)가 맺어준 아무 의미없는 그런 조합말이에요.

 

상훈이의 말을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지만 여전히 뭔가 이상하다는 민우. 당연하지요. 민우가 생각하는 친구란  < 늘 같이 웃는 > 사이였던 거에요. 상대방은 깔깔 웃는데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은 건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니까요.

 
아이들에게 친구란 존재는 이제 부모,가족을 제치고 그들에게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세계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속내를 찬찬이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해요.

 

 

 


이외에도 <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 - 김현주 글 > 에서는 함께 생활하던 가족 혹은 애완동물의 죽임이 가져오는  아이들의 상실감, 죄책감을 보듬어줍니다. 어른들처럼 자기안의 화나 불안을 마음대로 표출하기 힘든 아이들. 혹은 그것이 화인지 불안인지 두려움인지 어떤 감정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아이들의 방황을 감싸앉아주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서미현님이 쓰신 < 나만의 스타를 위하여! > 는 부모님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고, 텔레비젼 스타에 열광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치관을 제시합니다. 별이 아름답게 빛나는 이유는 어둠이 있기 때문이라는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며 저는 부모인 동시에 자식인 처지에서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황지영님의 < 옆집 사람(?)들 > 은 요즘 아이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손,발톱을 깍아 아무대나 버리면 쥐가 가져가 먹고 사람으로 변해 사람행세를 한다는.. 구전을 아는 친구들이 많을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옆집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 쥐 이야기 > 를 해줘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 다섯번째 이야기 이은조님의 < 쩍! >

아주 귀여워요. 호호호호호호호  우리 아이들도 조금 더 크면 이성친구와 동성친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날들이 오겠지요? 책 속 주인공들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읽어보았습니다.

 

 

다가오는 여름방학, 아이들과 시원한 바람 맞으며 뒹글뒹글 책 읽는 시간.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길 희망하며, 큰 아이에게 이 책을 방학선물로 줄까합니다.

페이지 수만 보고 또 기겁을 할테지만, 이렇게 단편으로 엮인 책이니 시작하다보면 어느새 끝이 나 아쉬워하게 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