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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여자 - 공선옥.김미월 산문집
공선옥.김미월 지음 / 유유 / 2012년 7월
평점 :
로자 룩셈부르크는 알았어도 박진홍은 몰랐다. 맞다. 근대 사회 어디쯤엔가, 우리 나라에도 사회주의가 흥했던 적이 있었고, 그렇게 서로 사상을 논하던 때가 있었으니 그것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을 리는 없었을 게다. 하지만, 그 삭막하고 꽉 막힌 조선, 남자들만이 사람 취급을 받았던 그 사회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강하게 박혀서인지, 여성 대통령이 저렇게 떡하니 푸른 기와집에 앉아 있는 지금도 우리 나라 역사에서 '여자' 사람이 무슨 역할을 하기나 한 적이 있는 지 관심조차 없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일제 시대의 여성 사회주의 운동가라니. 너무나 낯설었지만, 그만큼 반가웠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많은 여인들이 있었구나. 김수영의 여자 김현경, 백석의 나타샤 김영한, 시대가 감당할 수 없었던 허난설헌과 황진이,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을 한번씩은 휘저어 놓았을 전혜린, 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우리 나라를 벗어나보면 또 다른 이름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갔다. 강인한 어머니 케테 콜비츠, 아름다운 권력을 행사할 줄 알았던 다니엘 미테랑,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랑하고 스스로를 극복해 내었던 프리다 칼로, 인간의 울타리를 넘어선 침팬지의 친구 제인 구달, 그리고 혁명의 독수리 로자 룩셈부르크...
그리하여 소설가 공선옥과 김미월이 동서양과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들과 그들의 삶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본 이 책은, 다시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앙증맞게도 앞 뒤 어디서 펼쳐보아도 책의 앞면이 되게끔 만들었으니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각 여성들에게 할애된 지면이 너무 적다는 것. 나중에 여력이 된다면, 이 사랑스러운 여인들의 삶을 다시 하나 하나씩 되짚어보고 싶다. 그래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한스러울 수 있는 삶들을 극복한 강인한 의지와, 여성으로서의 넉넉함을 한껏 펼쳐낸 커다란 이상들을 새겨보며 조금이라도 닮아보기를 소망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