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용산 - 딸에게 보낸 편지
김재호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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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한 결혼과 귀한 딸, 세상에 둘도 없는 딸바보...

금은방을 꾸리며 풍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세 식구 행복하게 살던 가족에게 닥친 '도심 재개발'의 소용돌이. 어떻게든 투자한 돈은 건지고 싶어서, 다른 데로 행여 이사를 가더라도 지금 하던 가게 정도는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했기에 아빠는 힘겹게 곧 철거될 건물의 옥상, 망루에 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 함께 있던 동료들은 화마에 휩싸인 컨테이너 속에서 죽었거나, 살기 위해  뛰어 내리다가 다쳤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함께 망루에 올랐던 이웃들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법정에 서게 되고 그렇게 3년의 시간을 차가운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그 3년의 기간 동안 이 딸바보 아빠는 사무치게 가족을 그리워 했다. 그러나 매주 먼 곳까지 와야 하는 10분짜리 접견에 딸은 자주 올 수 없었고, 자신을 누구보다 아껴주던 아빠를 순식간에 잃게 된 아이는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빠가 감옥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일한 통신 수단인 편지마저 길다고 읽지 않는 딸을 위해 아빠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그림.

아빠는 그렇게 하루하루 구할 수 있는 모든 종이와 필기 도구를 동원해, 종이 위에 사랑을 새겨 나갔다. 비록 능숙한 솜씨는 아니지만, 어릴 적 어딘가에 멈추어서 더이상 꿈꾸지 못했던 '그림'에 대한 소망도 함께 키워나갔다. 


프로다운 멋진 그림은 아니지만, 그림 한장 한장에서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지지 못한 절망과 미안함, 그렇게 만든 현실에 대한 분노, 그래서 더욱 커져만 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커가는 아이 옆에 있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어딘가 어색하고 부족한 듯한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책 한권을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본다. 도대체 무엇이 이 가족을 이리도 힘들게한 것인지,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이 사람들을 도심의 테러리스트로 만들었는 지, 아빠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이 아이에게서 뺏어간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 지...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가 바로 서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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