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낮게, 좀 더 작게

잘 찍은 사진 한 장 - 윤광준의 사진 이야기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얼마 전 파리에 여행을 다녀온 뒤 들뜬 마음으로 찍은 사진을 맡겼다가 그 사진들 중 기대를 많이 했던 사진들일 수록 엉망이 되어 현상된 것을 보고 큰맘 먹고 장만한 책이었다.전체적으로 사진에 대한 작은 테크닉보다는, 사진에 대해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저가가 주장하는 것도 렌즈를 뭘로 쓸까, 카메라는 어떤 걸 살까, 앵글은 어떻게 잡나, 모델을 누가 좋나... 이런 것보다는 처음 시작할 때는 무조건 주변의 작은 것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해서, 무조건 찍어봐라, 카메라는 어떻게 보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라고 주장하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다소 실망한 부분도 있었으나, 책을 다 덮고 난 뒤의 느낌은 의외로 얻은 게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감인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구나, 아무것도 몰라도 할 수 있구나, 내가 가진 사진기가 후졌어도 굳이 좋은 거 살 필요 없이 시작할 수 있구나, 이런 것들 말이다.그러면서 내 발가락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멍하니 키보드 자판만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이런 것들이 카메라 렌즈에 잡힌다면... 이라는 상상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작품을 찍기 위해 어디 경치 좋은 데 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게 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 아닐까.

거창하지 않은 것에 답이 있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누구나 쉽게 잊어버리는 것을 저자는 깨우쳐주는 것 같다. 가끔 보이는 여성 비하적 발언이 좀 거슬리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배운 게 많기에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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